"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고운말로 얘기하며 친구의 좋은 점은 칭찬해 주고 잘못은 용서해 주는 친구."서울시교육청에서 인성교육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태랑초등학교에는 곳곳에 이런 표어가 붙어있다. 유용언 교장은 "좋은 친구를 사귀는 과정에서 바른 심성도 길러진다. 친구 사귀기 프로그램을 시행한 뒤 왕따 문제가 저절로 해결됐다"며 '친구 사귀기를 통한 인성교육'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2001년 인근 태릉초등학교가 과밀화하면서 분리·독립할 당시 학생들은 컴퓨터에 빠져 개인화하고 정서적으로도 메말라 있었다. 이런 학생들에게 기본생활 습관과 공동체의식을 길러주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 '친구 사귀기'프로그램. 학교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치중했다.
먼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복도에 만들었다. 저학년 복도에는 그림 맞추기, 고학년 복도에는 체스와 장기 등의 놀이기구를 비치해 놀이를 통한 친구와의 만남을 유도했다. 친구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장소도 마련했다. 복도의 코너부분에 '우리자리!'라는 푯말을 달아 여기서 친구들과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거나 말못할 고민 등을 털어놓도록 했다.
또 다른 이벤트는 친구들 집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홈스테이'.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해 권장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번 방학에 우리 집에서만 2번 했는데 다른 친구집에서도 더 하고 싶다"(최승원·1학년) "친구들과 비디오도 보고 게임도 할 수 있어 재미있다"(김홍준·5학년) 등 좋은 반응이 나왔다.
이외에 '친구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나 친구에게 친절을 베푼 학생을 뽑아 상을 주는 '우정상 목걸이 이어주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 사귀기를 유도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이름표 목걸이를 달도록 하고 선행을 할 때마다 칭찬스티커를 하나씩 부착해 모범어린이를 표창하는 식으로 동기부여도 하고 있다. 인성교육을 맡은 최순주 수업연구부장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언어사용이 눈에 띄게 순화되고 생활태도도 차분해 졌다"고 평가했다.
학생들을 의형제로 맺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는 곳도 있다. 선린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고학년과 저학년의 같은 반을 자매반으로 연결해 같은 번호의 학생끼리 의형제를 맺어주고 있다. 의형제끼리 편지나 선물을 주고받거나 공동 체육활동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1자녀 가정에서 느끼지 못한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자는 게 취지다. 그러나 유정한 담당교사는 "의형제 활동이 가정으로까지 연결되도록 주선하고 있으나 학부모들의 동참이 저조해 한계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는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러브장'을 이용한 인성교육, '반성문 대신 어린이 명심보감 쓰기' 등의 색다른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소개돼 있다. 시교육청 이형호 장학사는 "초등학생의 인성교육은 전체 교육의 가장 큰 목표 가운데 하나"라며 "학교에서 진행하는 인성교육을 이벤트로 끝내지 말고 가정으로 확장시켜 학생들이 체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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