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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물로 부레옥잠 키워요"/ 양평 옥천초등교 생태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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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물로 부레옥잠 키워요"/ 양평 옥천초등교 생태연못

입력
200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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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레옥잠이 몇 개인지 세볼까?" 4학년 하늬반 담임 안철기(36) 교사가 운을 떼자 아이들이 큰소리로 고사리 손가락을 접기 시작했다. "하나, 둘… 서른두개요!" "아냐 서른개야!" 연못을 빙 둘러싼 아이들은 수련과 부레옥잠 등 비집을 틈 없이 자란 수상식물 아래 피라미 송사리가 술래잡기 하듯 휙휙 지나갈 때마다 "우와! 저거 봐, 되게 빠르다"를 외쳤다. 한 녀석이 입안이 근질거렸던지 연못의 비밀을 폭로하고야 말았다. "저기(급식소)서 나온 똥물이 마술을 부린 거에요."경기 양평군 옥천면 옥천초등학교엔 작지만 소중한 연못 하나가 있다. 학교 울타리 곁에 꾸며진 6평 남짓 연못은 굴삭기로 땅을 파 바위 몇 개 둘러 깨끗한 물 채운 흔한 연못이 아니라 설거지물 허드렛물 등 급식소 오수(汚水)를 정화해 만든 '생태연못'이다.

음식찌끼와 세제거품 등이 둥둥 떠다니고 악취까지 심한 급식소 물에 물고기며 우렁이가 살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무동력 자연정수시설에 있다.

급식소 물은 건물 바로 옆 자갈과 모래를 층층으로 쌓고 심은 7평짜리 갈대밭에서 1차로 정화한다.

걸러진 물은 땅 속에 묻힌 40m 배수관을 따라 학교 끝까지 갔다가 U자형으로 꺾어 땅 위로 나와 자갈 모래 숯 등으로 2차 정화한 뒤, 정수능력이 뛰어난 미나리 창포 물달개비 고마리 검정말 등이 심어진 30m '수상식물 도랑'을 흐르면서 깨끗한 물로 거듭나 연못 물이 된다.

자연 스스로의 정화능력은 생태연못에서 노니는 참붕어 돌고기 미꾸라지 잉어 등의 생존과 각종 수치가 증명한다.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는 정화 전 39.2ppm에서 5.8ppm으로 낮아졌고 pH(산성도)도 6.7에서 7.0이 돼 3급수 수준이다.

옥천초교는 지난해 7월 말 면사무소에서 지원한 1,000만원과 학교 예산 500만원을 들여 생태연못을 만들었다.

또 경기도교육청 지정 환경교육시범학교로 선정돼 상수원 보호 구역인 양평군의 이미지에 맞게 '맑은 물' 교육에 초점을 맞춰 생태연못을 '자연환경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생태연못 아이디어를 낸 오순종 교장은 "학교의 대표적인 오염원인 식당 폐수를 자체 정수할 수 있고 학생들에겐 환경 오염방지의 실례를 보여줘 생생한 환경교육을 할 수 있다"며 "비눗물 등 무기물 정화기능이 약하고 동절기 때 수초가 자라지 못하는 단점만 보완하면 친환경 정수시설로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연못이 아이들의 생태놀이터가 되면서 연못 주위엔 솜방망이 별깨덩굴 초롱꽃 금낭화 동자꽃 등 야생화를 심는 정성도 기울였다. 박소영(11)양은 "꽃이 피면 색깔도 예쁘고 향기도 좋다"고 자랑했다.

작은 연못 하나가 아이들의 환경의식을 일깨우면서 348명 전교생은 환경 지킴이로 거듭났다. 교실게시판엔 환경관련 사진과 스크랩이, 복도 창가엔 아이들이 키우는 식물이 자라는 재활용 패트병 화분이, 화장실엔 아이들 손으로 공들여 쓴 환경 시(詩)가 가득하다.

올핸 생태연못 너머에 있는 200평 텃밭에 오리농법 벼농사를 지었다. 아이들이 21마리의 오리를 키우며 직접 모 심고 피 뽑아 키운 벼가 어느덧 고개를 숙였다.

신광섭(41) 연구부장은 "말로 하는 것보다 생태연못을 직접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무의식 중에 자연과 친해지는 계기가 돼 1년에 60시간 재량활동 영역으로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생태연못은 놀이터이자 교실인 셈이다.

/양평=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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