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두 주일간 뜸을 들이고 여론의 눈치를 살핀 끝에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어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에 대한 논의를 본격 시작한다.정부는 현재까지 파병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백지상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미 파병 불가피론 쪽으로 어느 정도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와 이라크 재건사업,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파병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외교부가 6자회담 직후 윤영관 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파병에 관한 포괄적 제안이 있었음을 밝힌 것이나 국방부가 주한미군 재배치 논의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또 우회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발언권을 높일 수 있고 주한미군 재배치 논의에서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등 파병의 이점을 내비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당분간은 분명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는 여론 악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라크에 대한 유엔 결의가 파병과 직접 연관되지는 않지만 중요한 고려사항"이라는 외교부 당국자의 말은 정부가 명분 찾기에 고심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향후 미국과의 논의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측면도 있다. 또 1차 파병 때와 달리 한나라당이 유보적 입장인데다 여권도 혼란스러운 상황이어서 정치권 설득에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는 파병 비용 계산 등을 끝내는 대로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파병의 반대급부 문제를 집중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국방라인 모두 가동될 것"이라는 정부측 설명은 북핵 문제와 주한미군 재배치 일정까지 심도있게 논의할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정부가 일정 시점이 되면 파병 문제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파병할 경우 작전 수행의 효율성과 부대 지휘권,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 범위 등을 고려할 때 파병 규모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바뀐 만큼 지금은 '중립'이다"는 청와대측 전언도 정부가 이미 파병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물론 주한미군 2사단의 전환배치설 등을 둘러싸고 국방부와 외교부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감지되고 있지만 파병 자체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파병 시기를 둘러싼 정부 내 이견으로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정부가 경우에 따라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대국민 설득용으로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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