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과 MBC '베스트 극장' 등의 드라마 PD 출신 김송원(56·사진)씨가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읍 납읍리에 무료노인여가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화제다.김씨가 부인 김효비(49)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시설 이름은 '삶의 쉼터 넉넉한 오름'. 부부가 살고 있는 본채 외에 제주민들의 이상향인 이어도를 상징하는 이어당과 고운 모습을 나타내는 제주 사투리에서 따온 곱들락을 비롯해 다소정, 쉬멍대라는 정자를 갖추고 있다. 찾아 오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차를 대접한다. 최근에는 8명의 마을 노인들을 모아 탁구동우회를 만들었고 지난달에는 서울에서 의료봉사단을 초청해 70여명의 마을 노인들을 무료 진료해 주기도 했다.
노인 시설을 만들게 된 것은 서울 탑골 공원에서 촬영을 하다 노인들이 할 일이 없어 무료해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1999년 의상디자이너인 아내를 설득해 전재산을 들여 1,500여평의 부지에 3채의 건물을 짓고 2000년 이사했다. 시설 운영에 들어가는 경비는 제주 내외의 영화·예술인 100여명이 보내주는 후원비로 충당한다. 하지만 넉넉지 못한 살림이라 가끔 뭍에서 오는 사람들에게는 4박5일에 15만원의 이용료를 받는다.
김씨는 넉넉한 오름을 종합복지관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노인들이 보다 쉽게 찾아 올 수 있도록 차량을 운행하는 한편 부지도 더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제주의 노인들은 커피 한잔만 마셔도 신세를 졌다고 생각해 다음날 호박이나 감귤을 가져온다"며 "늙어서도 모두 독립심이 강하신 분들이라 조금만 도우면 여가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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