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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 담양 관방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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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 담양 관방제림

입력
200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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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潭陽)은 한자말이 뜻하듯이 연못이 많고 양지바른 고을이다. 필자가 담양을 찾았을 때에도 현지 분들이 가시연꽃, 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 백련 등 연꽃이 많이 피는 연못을 자랑삼아 소개하고 한번 찾아보기를 권했다. 연꽃은 양지바른 못에서 곱게 핀다. 담양에는 8, 9월이면 붉게 피는 백일홍의 꽃도 유명하다.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에 있는 명옥헌은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방지원도(方池圓島)를 붉게 물들인 백일홍으로 유명한 정원이다. 명옥헌을 지나 식영정을 거쳐 소쇄원을 오르는 골짜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과 정자를 연결하는 개울이 흐르는 곳이다. 지금은 창계천이라 불리지만, 옛날에는 붉게 핀 배롱나무의 꽃이 물에 어리어 온 천지에 꽃물결이 인다고 자미천(紫薇川)이라고 했다.

골이 깊으면 물이 많은 법. 예전에는 추월산에서부터 내려오는 많은 물이 담양고을을 지나면서 극심한 홍수피해를 입혔다. 특히 세계적으로 소빙기에 접어든 17세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기상변동을 겪었다는 기록이 많다. 그래서 조선 인조 26년(1648년) 당시 통훈대부 도호부사 홍이성이 수재를 방비하고자 조례를 정하여 방제를 건설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 후 철종 5년(1854년)에 도호부사 황종림이 다시 제방을 중수하고 나무를 더 심었다.

이렇게 관에서 방제림을 만들었기 때문에 관방제림이라고 한다. 지금은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왕버들, 이팝나무, 음나무, 서어나무, 곰의말채, 벚나무, 느릅나무를 비롯해 참나무류 등 각종 활엽수들이 제방 양쪽으로 줄나무를 이루고 있는데, 나무의 높이가 20m를 넘고, 가슴높이 지름이 1m를 넘는거목도 많다.

숲을 조성할 당시에는 하천의 범람을 막기 위한 호안림(護岸林)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국토개발계획에 따라 담양댐이 건설돼 홍수를 조절하게 되고,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로 국민들의 건강관리의식 및 여가선용 욕구가 확대됨에 따라 최근에는 지역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많이 활용된다. 또한 인공 호안림의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1991년 11월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됐다.

문제는 이 숲이 담양읍내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사람들의 발길 때문에 땅이 너무 다져져서 나무뿌리가 호흡하는데 지장이 있고, 어떤 사람들은 열매를 딴다고 가지를 부러뜨리는 경우도 적지않다. 원래 둑 상부는 건조하기 때문에 나무의 생육에 지장을 초래하기 쉬운데, 사람들이 훼손을 하면 나무는 더더욱 살기 어려워진다는 점을 생각하고 각별히 나무를 아끼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군에서 병충해방제, 외과수술, 거름주기 등 철저히 보호관리하고 있으며, 1980년부터는 지역주민들과 협동으로 후계수를 식재하여 숲의 규모를 늘리고 있다.

담양처럼 양지바른 곳에서 여름을 잘 나기 위해서는 좋은 그늘이 있어야 한다. 마침 담양에는 그림자도 쉬고 있는 정자라는 뜻인 식영정(息影亭)이 있다. 이 정자의 주인은 식영정을 단순히 서정적인 차원에서만 음미한 것이 아니라 인과응보의 원리를 초월하는 차원에서 조물주와 어울려 끝없이 거친 들에서 노니고자 한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노닐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숲을 잘 가꾸고 지켜서 호방하고 거침없는 선조들의 지혜를 음미하는 것도 보람된 일일 것이다.

신 준 환 임업연구원 박사 kecology@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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