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가급적 많은 병력을 이른 시일 내 유엔의 깃발 아래 결집, 이라크 특정 지역에 배치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이 같은 다국적군 구성 원칙에 따라 한국 인도 파키스탄 터키 태국 등 10여개 국에 경보병의 신규 및 추가 파병을 요청했다.현 단계에서 미국이 상정하고 있는 추가 파병 다국적군 규모는 1만∼1만 5,000명 선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개 사단'을 거론했고,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제로에서 1만∼1만 5,000명 선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규모는 너무 엷게 퍼져 있어 적의 표적이 되기 쉬운 현재의 미군 운용에 숨통을 트게 하는 최소한의 수준이다. 다른 나라 국가의 병력이 많이 충원될수록 미군은 그 만큼 이라크 내 배치에 응집력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육군 3보병 사단 등 예비군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부대의 순환 배치에도 탄력을 줄 수 있게 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6개월로 예정된 이라크 체류 기간이 연장되면서 직장과 가정을 가진 예비군들과 그 가족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등 국내적인 압박 요인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국적군의 구성에 대해서는 미국은 '폴란드 지휘 다국적 사단'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약 9,000명의 사단 전체 병력 중 가장 많은 2,900여명을 파병한 폴란드가 사단 지휘권을 갖고 폴란드와 다른 18개국이 여단 및 사단 직할 부대를 구성하는 형태다.
문제는 미국이 과연 한국 정부에만 폴란드 사단을 제시했겠느냐는 점이다. 현재 각국이 함구하고 있지만 군 전력이 강한 몇 나라들이 같은 요청을 받았을 수 있다. 이는 곧 각국이 다국적군에 참여할 경우 누가 사단 지휘권을 갖게 되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다시 말해 요청을 받은 입장에서는 다국적군에 어떤 형태로 참여할지가 고민이지만 미국 입장에서 보면 각국에 다국적군의 명패를 '한국 사단'으로 할 것인지, '인도 사단'으로 할 것인지의 경쟁을 시킨 셈이다. 많은 병력을 파병하는 국가에 지휘권을 주겠다는 생각이다.미국이 우리 정부에 파병 희망 병력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배경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미국이 '폴란드 사단'을 거론한 것이 반드시 폴란드가 파병한 규모를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며 "파병 여부에 대한 본질적 판단과 함께 한국이 사단 사령부의 주축을 이룰지, 예하 여단에 참여할지, 아니면 소규모 지원 부대로 참여할지는 한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