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 전화도, 생필품도 없고, 도로마저 끊겼습니다." 수해 발생 5일째. 아직도 최악의 고립 난민생활을 견디고 있는 마을이 강원 도내에만 7개 읍·면 15개 마을에 이른다.삼척시 가곡면 동활리도 그 가운데 하나. 54가구 122명의 주민들은 인근 마을과의 유일한 접근로인 416번 지방도가 유실되고 전기 전화 상수도마저 끊긴 채 낮에는 주민들끼리 근근히 복구작업을 벌이고, 밤에는 어둠과 만만찮은 고랭지 추위와 견디고 있다. 감기 환자가 속출해도 병원 갈 엄두조차 못 낸다. 추석 차례 때 쓰고 남은 양초마저 다 떨어진 터. 15일 처음 헬기가 인근 풍곡초교에 구호물품을 내려 놓는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은 산과 계곡을 넘어 2시간 길을 달려왔지만 치약과 비누세트, 부탄가스 등이 고작이었다. 가곡면장 김명기(56)씨는 "길이 뚫리는 게 급선무"라며 "지난해 유실된 도로에 옹벽을 쌓고 복구공사를 했는데 수해가 되풀이됐다"고 말했다. 산사태로 가옥이 매몰되면서 다리를 다친 풍곡리 김순자(62)씨는 길이 끊겨 병원 갈 엄두를 못 내다가 지난 14일에야 헬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
군도 1호선이 유실되면서 고립된 정선군 북면 봉정리 주민들도 추위와 어둠이 무서워 전 주민이 마을회관에서 밤을 나며 생존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청·장년층이야 그런대로 견딘다지만 노인과 아이들이 걱정이다. 생필품이야 헬기로 공수되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지만, 덜컥 응급환자라도 생기면 큰일이라는 것. 북면사무소 관계자는 "방역이 급한데 방역차량 접근이 안된다"며 "현지에는 보건지소도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젖먹이를 둔 김영수(33)씨는 산사태와 골지천 범람으로 수렁으로 변한 길을 2시간 넘게 걸어 분유를 사 나르기도 한다.
강원도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통제된 도로는 삼척 도계―미로 38번국도 등 14개소. 특히 고립지역 접근로 확보를 위해 군부대와 응급복구반을 집중 투입하고 있지만 구간에 따라 3,4일 이상 걸릴 곳도 적지 않아 이들 마을의 고립생활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척=곽영승기자 yskwa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