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어서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태풍 매미는 부산항 골리앗 크레인 11기를 파손시킨 것도 모자라 부두에 쌓여있던 컨테이너 수만 개를 침수시켜 수천억 원대의 피해를 낳았다. 부두운영사들은 매미가 부산에 상륙한 12일 오후9시께 북항, 감천항 등 부산항 각 부두에 쌓여있던 컨테이너 11만여개(20피트 기준) 가운데 20∼30% 가량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은 외항을 바라보고 있어 해일의 직격탄을 맞은 감만부두. 한진해운 대한통운 허치슨 세방기업 등이 2,3단으로 쌓은 컨테이너 3만3,000여개 가운데 1만3,000여개가 직·간접 피해를 당했다.
부두 운영사들은 15일부터 선적이 시급한 수출 컨테이너를 열어 피해 여부를 확인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지만 판별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 16일까지 절반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밀기계, 전자제품 등 염해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일부 제품은 겉으로는 멀쩡해도 실제 조작 과정에서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어 피해 여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
수출 컨테이너를 우선 점검하다 보니 수입 컨테이너는 피해 여부 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화주에게 인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침수 피해를 입어 부두 운영사와 외국의 수출업체 및 화주간에 책임 소재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두 운영사 관계자들은 "컨테이너 내용물이 정밀기계에서부터 전자제품, 종이, 의복류까지 너무 다양해 침수 피해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며 "일부는 그대로 수출하고 있지만 무더기 클레임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컨테이너 수백개가 침수된 현대상선측은 "해일 피해는 부두 운영사, 화주, 선사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법무팀이 정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부두 운영사 관계자들은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외항 방파제 보강 등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에 해일 방지 장치를 서둘러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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