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대학들이 무너지고 있다. 대학 재정 악화, 두뇌의 해외 유출, 정부의 통제 및 교육 방식의 낙후 등이 대학 부실을 재촉하는 요인들이다. 단 인도, 중국, 일본, 한국 출신 유학생들이 몰려들면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의 상당수 대학들은 예외에 속한다.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5일 발행한 최신호에서 "세계의 대학들이 재정난 등 갖가지 난관에 부딪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사피엔자 대학을 들었다.
학생 수가 18만명에 이르는 이 대학은 재정 적자로 강의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일부 학생들을 임시로 지은 천막 등에서 가르치고 있다.
영국과 독일 대학의 위기
영국에서는 지난 15년간 대학 진학률을 높이려는 정부 정책으로 대학생 수가 2배 늘었으나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금은 오히려 36% 감소했다. 재정난으로 교수들의 봉급과 연구 지원금이 미국에 비해 턱 없이 적을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옥스퍼드 대학의 일부 교수들까지 미국으로 건너갈 정도이다.
영국은 과학 의학 분야에서 1970년대 13개의 노벨상을 받았으나 90년대에는 2개를 받는 데 그쳤다. 영국은 대학 등록금을 3배 가량 인상하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케임브리지 대학 등 일부 대학들은 부설 벤처 기업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연구와 교육을 잘 조화시켜 온 독일 대학들은 1세기전 미국 대학들의 벤치 마킹 모델이었으나 1990년대 초반부터 재정난과 연구 능력 저하 등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능력이 아닌 연공 서열에 따라 봉급을 결정함으로써 교수들은 의욕 없는 공무원으로 전락해버렸다.
독일은 최근 대학 신입생 선발의 자유, 자체 재정 조달, 능력에 따른 교수 대우, 미국식 학위 제도 도입 등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대학들도 어려움
러시아 대학들은 구 소련 붕괴 이후 정부 재정 지원의 감소로 강의실 보수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교수들은 월급이 크게 줄어들자 학생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생은 "1,500 달러의 뇌물을 주고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도 봤다. 기말 시험 때는 학생이 교수에게 50 달러의 촌지를 주는 경우도 흔하다"고 전했다.
중국은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했다. 미국에 유학중인 중국인 여학생 린다 첸(24)은 "중국에서는 교수가 강의하고 학생은 받아 적기만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요즘 중국이나 홍콩의 중산층 자녀들은 미국의 명문 대학에 유학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197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미국으로 유학간 중국 학생은 모두 58만명에 이른다.
스위스, 일본, 한국도 마찬가지
스위스 연방정부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의 학과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교육개혁안을 마련해 조만간 전국 총학장회의에 제출할 방침이다.
대학별 특성을 살려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대학을 만들자는 것을 목표로 2005년까지 '대학교육진흥법' 등 관련 법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청소년 인구 감소에 따라 우수 입학생이 크게 줄어들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 나라의 우수 학생들 상당수가 미국으로 유학가는 것도 부담이다. 양국 대학들은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과의 연계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교육 방식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대학들은 부설 기업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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