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들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절실합니다."태풍 매미에 마을 전체가 풍비박산 난 경남 통영시 한산면 한산리 마을 주민 40여명은 요즘 하루하루가 처절하다. 마을 앞 선착장이 유실돼 생필품 공급이 끊기면서 5일째 하루 겨우 한 두끼로 끼니를 때우며 버티고 있으나 어디에서도 온정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있다. 주민 강봉율(68)씨는 "6·25 때 보다도 더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당국에 수차례 지원을 요청했으나 '구호물품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경남재해대책본부측은 "수해지역 곳곳에서 생필품을 지원해달라고 아우성이나 들어오는 구호품이 워낙 적어 어쩔 수 없다"며 난감해 했다.
전국 곳곳의 수해지역에서 수재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으나 지난해 태풍 루사 때와는 대조적으로 구호물품이 턱없이 부족해 수재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그나마 전달되는 구호품도 수재민들에게 당장 절실한 라면 부식 등이 아닌 의류와 휴지 등 급하지 않은 물품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태풍 루사 때 구호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분배에 어려움을 겪었던 강릉시에는 16일 현재 4만6,000여점만이 접수됐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큰 수재를 입은 삼척시도 이날까지 접수된 구호물품은 7,000여점에 불과했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689가구 1,945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태백지역은 970점에 그쳐 배분조차 못하고있다.
삼척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모두 24만7,000여점에 이르는 구호물품이 들어와 수재민들에게 위로가 됐으나 이번에는 접수된 구호물품을 수재민들에게 분배하기도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1만200여가구의 이재민이 발생, 전국에서 피해규모가 가장 컸던 경남지역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고있는 마산시를 제외한 나머지 경남지역 시·군은 이날까지 대한적십자사나 대도시 자매자치단체를 제외한 기관이나 일반인으로부터의 구호품이 전무한 상태다. 거제시에서는 1,748가구의 이재민과 사등면 가조도 등 4개섬 3,000가구가 5일째 사실상 고립상태에 놓여 있지만 구호물품은 수자원공사의 생수와 지역업체인 대우해양조선과 삼성중공업거제조선소에서 보내온 농산물 상품권 2억원이 전부다.
경북도 재해대책본부 관계자는 "추석연휴로 일반기업의 업무가 15일부터 시작된 데다 극심한 경기침체가 겹친 때문이지만 일반인들의 온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kjcheong@hk.co.kr
통영=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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