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 경기지역 S고 선생님들은 한 학생의 몰락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휩싸인 적이 있다. 교내 최상위권이었고 모의고사에서 390점대를 유지했던 K군이 수능에서 320점 수준으로 추락한 것. 매년 수능에서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떨어진 경우는 보기 힘든 케이스였기 때문이다.최근 만난 삼수생 J양도 큰 시험에 유달리 약한 케이스. 언어듣기 1번에서 실수한 여파로 결국 삼수에까지 이른 안타까운 학생이었다.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쉬운 첫 문제를 놓쳐 당황했고 평소 완벽했던 언어듣기에서 3문제나 틀렸다. 당연히 언어영역은 망쳤고 상심한 끝에 다른 과목도 실력발휘가 어려웠다.
실전에 약한 아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먼저 '간이 콩알 만한 아이들'. 이들은 평소에 소심하고 조금만 기분이 나빠도 소화가 잘 안된다. 큰 시험을 앞두면 불안해지고 전날 밤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긴장이 최고조가 되는 1교시 언어영역 시험 전엔 심장박동이 가슴을 울릴 정도로 크게 느껴지고 진땀이 날 정도다. 1교시를 망치고 쉬는 시간에 울고 있는 여학생들은 대개 이런 유형이기 쉽다. 대부분 소음인인 이런 학생들에겐 심장의 기능을 강하게 해주는 진무탕 등을 쓰면 심리적 안정을 찾는 데 효과적이다.
지나친 긴장 탓에 머리 쪽으로 혈류량이 과도하게 몰리게 돼도 시험을 망칠 수 있다. 성격이 급하고 체질적으로 기운이 상체로 잘 몰리는 소양인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뇌로 가는 혈액량이 지나치게 많아진다. 이렇게 흥분한 상태에선 차분하게 시험을 볼 수 없고 실수도 빈발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학생들은 시험장의 걸상 끝에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앉아서 다리에 힘을 주는 기마자세를 취하면 과도한 흥분을 가라 앉힐 수 있다.
2일 치러진 수능 모의고사는 학생들에게 상당히 의미있는 시험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올해의 마지막 모의고사인데다가 지난해의 경우 이 모의고사와 수능이 유형과 수준면에서 유사했기 때문이다. 이 시험에서 긴장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학생들은 남은 두달 이내에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긴장을 이완시키는 심호흡을 어떻게 하는지 간단하게 배울 수도 있고, 심각한 경우에는 마인드컨트롤 혹은 약을 복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수능 전날에야 "아이가 너무 긴장하는 것 같은데 우황청심환을 먹여도 되느냐"고 문의하는 부모의 무 대책은 곤란하지 않을까.
황&리 한의원장 겸 수험생 컨설턴트 sunspap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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