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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한풀 꺾였지만 투기불씨는 여전 떠도는 돈 "갈 곳" 길터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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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한풀 꺾였지만 투기불씨는 여전 떠도는 돈 "갈 곳" 길터주라

입력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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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을 잡으려면 부동자금부터 흡수하라."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아파트 값 폭등세가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 힘입어 한풀 꺾였지만, 400조원에 육박하는 부동(浮動)자금을 생산적인 투자처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부동산 시장 불안이 재연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을 맴도는 돈이 기업으로 향하도록 투자유인책과 배당률 제고 등 증시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며 "고위험과 고수익을 동시에 제공하는 '슈퍼 금융상품' 개발이나 장기저축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 등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5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8월 금융기관의 6개월미만 단기 수신은 378조8,000억원(평잔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중 기업의 단기 결제성 자금 등을 제외하고 부동산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투기성 부동자금은 50조∼140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김태동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부동산 투기가 발생하기 전인 1998년과 작년의 부동산거래 규모 차액 등을 감안할 때 문제성 부동자금은 40조∼50조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과잉 단기부동자금을 작년 말 현재 139조원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부동자금은 은행 등의 단기 예금상품에 대기해있다가 기회만 오면 부동산시장으로 몰려가 이상 과열을 초래하기 때문에 투기붐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생산적인 자금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의 투자 분위기를 조성, '기업의 투자증가→장기대출, 장기 채권 및 주식공급 확대→시중 부동자금 해소'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마인드가 꽁꽁 얼어붙어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규제완화 등 투자유인책과 함께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태동 위원은 "기업의 투명성이 낮다 보니 기업으로 가야 할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며 "장기적으론 투명성을 제고하되, 단기적으론 아시아 최하위권인 기업 배당률을 인위적으로라도 높여 자금이 증시로 옮겨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처럼 최소 연 10%대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대신 리스크도 큰 '슈퍼 금융상품'이 등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현 상황에서 은행 정기예금으론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연구위원은 "환차손 위험을 감수하고 아시아 신흥시장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거나 10년 이상 장기 가입한 후에는 좋은 여건의 주거지를 공급해주는 등의 슈퍼 금융상품이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장기채 공급 확대 장기주택마련저축과 같은 장기저축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 노후 불안 해소를 위한 연금 활성화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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