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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잘못된 예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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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잘못된 예측들

입력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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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찾아보면 그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우리는 신기술만 보면 흥분한 나머지 마구 엉뚱한 예측을 내놓곤 한다. 특히 일간 신문은 검증할 틈이 없는 탓에 그런 예측들을 많이 내놓는다.개인용 컴퓨터 초기에는 '사무실에서 종이가 사라진다'는 예언이 난무했다. 이젠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시피 종이 사용량은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90년대 초에 자주 다니던 볼링장이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볼링 스코어를 여직원이 앉아서 손수 적었다. 잘 치면 잘 쳤다고 박수도 쳐주고, 스페어 처리를 못해도 "에이, 기분인데 한 걸로 해줘요" 하면 슬쩍 고쳐주기도 했다. 그런데 볼링장에 컴퓨터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볼링장측에선 "직원들의 일손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직원들은 "이제 스코어를 적는 수고에서 벗어나 손님들을 위한 서비스에만 전념하게 된다"고 했다. 얼마 후 (벌써 예상들 하셨겠지만) 정든 직원들은 대부분 볼링장을 떠났다. 대신 한 직원이 무려 10레인을 맡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되었다. 컴퓨터는 자주 엉뚱한 스코어를 기록하였고 남은 직원은 그걸 수정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자동화란 그런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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