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신당주비위 회의가 끝난 뒤 이해찬 의원이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원내교섭단체 구성 일정 등을 설명한 뒤 "전국구 의원들은 탈당 대열에 동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비위에 참여한 전국구 의원들이 탈당하지 않고 신당의 교섭단체가 만들어진 뒤에도 계속 민주당에 남을 것을 예고한 셈이다.전국구 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어찌 보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신당의 세는 늘리면서, 전국구 의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주비위 지도부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또 전국구 의원들이 신당 참여의 명분과 의원직을 모두 갖고 싶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신당이 뜬 다음에도 '신당 소속 국회의원'이 민주당의 '호적'에 올라있는 것은, '몸 따로 마음 따로' 식의 기형적 행태가 분명하다. 당사자들은 이를 "전략적 고려"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당장 정기국회에서 민주당과 신당의 생각이 틀릴 경우 어느 편에 설지 궁금하다.
더욱이 전국구 의원중 상당수는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에 나가기 위해 민주당 지구당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교섭단체가 만들어지면 이들은 신당 입후보 예정자로서 지역구 활동을 할 게 뻔하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민주당 차원의 활동만 허용된다. 이런 모순을 유권자에게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실리보다 명분을 택해 신당을 하기로 했으면 출발부터 산뜻하게 하는 게 좋다. 이중당적으로 '양다리 걸치기', '기생충 정치'라는 비난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 분당을 불사할 정도로 신당행이 중요했다면 그나마 몇 개월 임기도 남지 않았는데 배지를 과감히 포기하는 게 국민 앞에 떳떳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범기영 정치부 기자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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