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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돈의 장벽 더 높아져 오히려 신인들 앞길 막아"/한나라, 상향식 공천 4개지구당 현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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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돈의 장벽 더 높아져 오히려 신인들 앞길 막아"/한나라, 상향식 공천 4개지구당 현장르포

입력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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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민과 당원들이 직접 총선 후보 등을 뽑는 '국민참여형 상향식 경선제'가 뚜껑도 열기 전에 지탄을 받고 있다. 유능한 신인들의 등용문이라는 취지와는 거꾸로 "오히려 신인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한나라당은 내달 초 서울 광진갑, 금천과 인천 남을, 속초 등 4개 사고 지구당의 위원장을 상향식 공천으로 뽑을 계획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 제도를 전면도입하기 위해 실시하는 정치권 최초의 실험이다. 그러나 현장을 뛰어본 정치 신인들은 "빛 좋은 개살구"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상향식은 ' 빛 좋은 개살구'

15일 수도권의 한나라당 지구당 위원장 후보 사무실. 띄엄띄엄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여직원 한 사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달 경선을 앞둔 현장이라고 하기엔 분위기는 너무 가라앉아 있다.

"동네 유지들을 만나고 왔다"며 들어선 후보 A씨는 "본선도 못 가보고 실탄만 바닥나게 생겼다"며 한숨을 앞세웠다. A씨는 내년 총선 출마를 노리고 두 달 전 지구당 위원장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A씨는 "순진한 생각이 부끄럽다"고 했다. "상향식이 조직과 돈의 장벽을 더 높이 세워놓았습니다."

A씨의 하루는 사람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 사람 만나는 것으로 끝난다. 아침 일찍 국민경선 참여 신청서를 들고 조기 축구회 등을 찾아 나서고, 시장통과 목욕탕, 식당을 헤집는다. 당원들과의 식사모임도 이어진다. A씨는 "돈이 없으니 몸으로 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억원 살포 소문 공공연

한나라당은 지역 당원 1,000명과 주민 1,000명이 2∼3명의 후보들 중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경선에 참여할 주민과 당원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승패가 달린 셈이다.

"경선에 참여해 지지해 달란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식사라도 하면서 비벼야 겨우 신청서를 쓰죠. 경선 당일은 더 걱정입니다. 휴일도 아닌데 일부러 시간 내서 투표하러 오겠어요. 교통비라도 집어 줘야죠." A씨의 하소연이다.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을 경선에 동원하기위해 이미 수억원이 뿌려졌다는 소문마저 공공연하다.

수도권의 또 다른 지구당 위원장 후보 B씨의 경우 친인척 동문 등 연줄을 통해 선거인단에 참여할 사람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돈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사람 만나면 곧 돈"이라는 이유다. B씨는 "선거인단 수가 한정돼 있어 자금력 있는 후보가 얼마든지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현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려되는 지구당 위원장의 기득권

돈도 돈이지만 조직도 문제다. 물갈이는커녕 기득권을 도리어 강화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 다른 후보 C씨는 "상향식 공천도 조직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맥이 빠졌다"고 토로했다. C씨가 이번에 맞붙을 후보의 경우 상당기간 지구당 활동을 통해 인맥을 구축해뒀기 때문이다. C씨는 "계속 밥먹고 술먹어 온 사람들의 끈끈한 조직을 뚫고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다"며 "사실상 당원몫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도입할 제도대로라면 당원 선거인단 중 20%는 핵심당직자가 참여토록 돼있다. 하지만 핵심 당직자들은 거미줄 같은 조직망으로 나머지 당원들의 의사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게 C씨의 주장. 신인들이 아무리 발버둥쳐 봤자 소용 없다는 얘기다. 한 수도권 지역에선 구청장과 지구당 위원장후보가 결탁, 당원 조직을 이미 확보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C씨는 "사고 지구당도 이 모양인데 내년 총선에서 지구당 위원장과 후보 경선을 벌려야 하는 정치 신인들은 텃세에 밀려 거의 발을 못 붙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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