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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얼굴" 장승 러 古都에도 세웠죠/장승·탈춤 무형문화재 이수자 김종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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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얼굴" 장승 러 古都에도 세웠죠/장승·탈춤 무형문화재 이수자 김종흥씨

입력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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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옛 수도 한가운데 우리 장승을 세워놓으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을 새삼 피부로 느꼈습니다"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탈춤과 장승에 몰두해온 중요무형문화재 69호 및 108호 이수자 김종흥(50)씨가 최근 '상트 페테르부르크 정도(定都) 30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 한국 장승의 멋을 전세계에 알리고 돌아왔다.

지난달 11일 세계 34개국이 참가한 이 문화행사에서 김씨는 이 도시 중심지인 소나무공원에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등 높이 6m의 장승 11기를 세우는 '장승제'를 올렸다. 러시아측 8개 방송사와 9개 신문사 등 현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이번 행사에서 가장 좋은 선물은 장승이었다"는 찬사를 받은 그는 "언론의 관심보다는 현지 교민들이 장승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가 이방인의 나라에 장승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2월 이스라엘 4대 도시의 하나인 홀론시에 조성된 '한국공원'은 그가 현지서 직접 제작한 전통장승 13기로 채워졌다. 그는 "홀론시에 '일본공원'이 있는 것을 보고 장승으로 된 우리 공원을 꾸며보고 싶어 건의했었다"며 "뜻밖에도 기독교의 나라에서 흔쾌히 승락해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장승 보급을 위해 해외 행사에 22회나 참가한 그의 작품은 서울 상암동 월드컵주경기장앞 평화공원과 지리산 중산리, 경복궁 민속박물관, 정동진 등 국내외에 족히 2,000기가 넘는다.

그가 장승에 몰입한 것은 15년쯤 전인 1980년대 후반. 한창 탈춤에 빠져 있던 그에게 장승의 변화무쌍한 표정은 '경이'로 다가 왔다. "가장 한국의 얼굴을 잘 표현한 장승이 일제시대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뽑혀나간 것이 지금도 안타깝다"는 그는 외아들인 주호(25·안동대 민속학부4)씨를 든든한 후계자로 삼아 가업을 잇게 했다.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장 저자거리를 거닐면 신라인의 복색에 고무신을 신고 상투를 튼 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엑스포가 끝나는 10월22일까지 이곳에서 하루 300여명씩 몰려드는 청소년과 외국인 등을 상대로 장승제작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장승제작을 통해 우리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넣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탈춤을 잊은 것은 절대 아니다. 경주서 장승을 깎다가도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안동 하회마을 입구 탈춤공연장으로 달려가 중으로 변신, 관객들에게 해학과 웃음을 선사한다. 하회별신굿 탈춤보존회원인 그는 1999년 4월 하회마을 담원재에서 생일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에게 탈춤을 선보이고 축배를 제의하기도 했다.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이 탈춤을 보다 발로 장단을 맞춘 일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안동토박이인 그는 "하회마을에 민속자료관을 지어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며 활짝 웃는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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