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봉하는 '케이―펙스' 와 '네메시스'는 이색적인 SF영화다. '케이―펙스'는 케이―펙스라는 행성에서 왔다는 정체불명의 남자 이야기이고, '네메시스'는 1966년 이래 네 차례나 TV 시리즈로 만들어진 '스타트렉'의 10번째 영화다. 두 영화는 정체성에 대한 색다른 질문을 제기한다.
'유주얼 서스펙트' (1995) 이후 'L.A. 콘피덴셜' '아메리칸 뷰티' 등에서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면서도 위악적으로 표현한 케빈 스페이시, 그리고 '사랑의 행로' 등에서 인상적 연기를 선보인 관록의 연기자 제프 브리지스, 비틀즈 태동기를 다룬 '백 비트'로 주목을 받은 이후 '도브' 등의 수작을 연출한 이안 소프트리 감독. 이만하면 '케이―펙스'(K-PAX)는 꽤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첨단 장비와 액션, 세트 따위를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소매치기 사건에 출동된 경찰의 불심 검문에 '케이―펙스 행성에서 왔다'고 대답했다가 정신병원으로 잡혀가는 플롯(케빈 스페이시). '지구에서 1,000광년 떨어진 리라좌의 케이―펙스에서 왔으며 나이는 337세', 그리고 '지구가 너무 밝아서' 선글라스를 꼭 껴야 한다. 케이―펙스에는 가족제도가 없고, 섹스는 인기가 없다는 그의 말은 귀를 솔깃하게 한다. 정신과 의사 마크(제프 브리지스)는 과대망상이라고 단정하고 치료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정신병자들과 플롯이 주고받는 에피소드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연상시킬 정도로 매력적이다. 낯선 시각으로 지구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은 신선하지만 후반부가 맥이 풀린다. 예상을 뒤엎는 열린 결말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DNA 복제를 한 '나'와 원본의 '나'가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어떨까. 또는 젊은 '나'와 늙은 '나'가 싸운다면?
'네메시스'(Star Trek: Nemesis)는 기억 이식, 신체 전송, 인간 복제 등 미래사회에 닥칠지도 모를 철학적 문제를 건드리는 작품이다.
영화의 외피는 로물루스 행성을 집어삼키려는 리무스 행성의 신존(톰 하디)과 은하연방 사령부 소속 엔터프라이즈호 선장 피카드(패트릭 스튜어트)의 대결이지만, 결국 문제는 나와 또 다른 나의 숙명적 대결이다.
뒤통수에 코드를 접속시켜 기억을 전송 또는 다른 세계로 보내는 설정이나, 버튼 하나로 신체가 다른 곳으로 전송되는 장면은 이미 숱한 SF의 고전들이 두루 거친, 따라서 낡은 방식이다.
학대 받은 아픈 기억 때문에 복수의 화신이 된다는 신존의 캐릭터도 현실적이지는 않다. 셰익스피어극 배우 출신으로 '엑스맨' 시리즈에서 자비에 교수 역을 맡은 패트릭 스튜어트의 연기도 행동반경이 넓지 않다.
독창적 생각을 오래된 언어로 담은 SF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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