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康법무, 서울법대 특강/"권력에 때론 자기 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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康법무, 서울법대 특강/"권력에 때론 자기 도취"

입력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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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간 국민이 준 권력이 때로는 내 것인 듯한 착각도 들 때가 있어 매우 부끄럽습니다."강금실 법무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모교인 서울대를 방문, 학생들을 상대로 고해성사를 했다. 15일 오후 서울대 법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법대 교양과목 '법률가의 윤리와 책임'강좌에 1일 외부강사로 초빙된 강 장관은 80분간 법대생 400여명에게 미래에 대한 조언과 함께 장관직 수행에 따른 인간적 고충을 털어놓았다.

"학창시절 공부도 제대로 못했는데 다시 학교에 오니 '돌아온 탕아'같다"고 운을 뗀 강 장관은 "장관직을 수락할 때는 절벽을 뛰어넘는 것 같았다"고 당시의 심경을 말했다.

그는 "권력기관 안에 들어와보니 권력은 국민이 준 것인데도 마치 내 것인 듯 자기도취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며 "저도 그런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고 그런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고 토로했다.

강 장관은 "참여정부 6개월은 매우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법치주의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한 뒤 "권력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 저나 여러분이 함께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인으로서의 삶의 의미에 대해서는 "육신의 고단함을 정신의 사명감으로 견디며 사는 검사들로부터 참 많은 것을 배웠다"고 언급, 주목을 끌기도 했다.

강 장관은 강연 말미에 한총련 문제를 언급한 뒤 "구성원들이 소신을 갖고 행동하되 확신은 말고 구체적인 현실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국가보안법 개정 가능성에 대한 학생의 질문에는 "법적 구성요건도 갖추지 못한 막연한 요소가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며 "현재의 남북관계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개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는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법대생들에게 "헌법 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문학을 가까이하며 인생을 즐기라"고 조언했다.

한편 강 장관은 강의가 끝난 뒤 학생들의 사인공세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등 유명 연예인 못잖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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