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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섬주민 나흘째 "고립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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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섬주민 나흘째 "고립무원"

입력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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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가 삼켜 버린 남해안 섬마을은 고립무원의 상태 그대로 였다. 뱃길이 끊어지고 생필품 공급이 중단된데다 전기마저 들어오지 않아 주민들은 이를 악물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태풍이 몰아친 12일 밤부터 선박 운행이 중단된 경남 통영시 한산면 소매물도 주민들은 생필품과 운반급수가 중단돼 끼니 조차 잇기 힘든 처절한 상황에 놓여있다. 통영을 오가는 선박의 선착장이 태풍에 쓸려가고 뭍에서 들여오던 유류 공급이 중단돼 발전기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전기 생산이 안돼 마을은 해만 지면 깜깜한 암흑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15가구 40여명의 섬 주민들은 선착장이 복구되고 선박 운항이 재개되기 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욕지면 연화도도 선착장과 호안도로가 파괴돼 130가구 400여명의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회의 결정에 따라 뭍으로 나갈 때까지 생필품을 나눠 쓰는 한편 양식장 물고기 사료도 최대한 줄여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주민 이귀조(68)씨는 "적조 퇴치만도 버거웠는데 태풍까지 덮쳤다"며 "물고기뿐 아니라 사람마저 죽을 지경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사량면 진촌마을은 150가구 전체가 물에 잠겼다. 주민 김명수(58)씨는 "물에 잠긴 주택도 문제지만 유일한 생계 수단인 가두리 양식장이 파괴돼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어두운 얼굴로 긴 한숨을 몰아 쉬었다. 진촌마을에는 15일 장병들이 투입돼 복구를 시작했지만 피해가 워낙 커 완전 복구까지는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매물도, 연화도처럼 가까스로 생활을 지탱하고 있는 섬 주민이 통영에만 42곳 1,400여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전으로 섬 전체가 암흑천지가 된 거제도는 부속 도서 주민들이 특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00여 가구 3,000여명이 사는 거제시 사등면 가조도에서는 주택 500여 채가 해일에 침수, 반파됐지만 뭍과의 유일한 연결 통로인 선착장이 떠내려가고 마을 도로 곳곳이 잘려 헬기로 생필품을 공급하더라도 주민들에게 제때 전달되기 힘든 실정이다.

전기, 뱃길이 끊어지고 기본 생활이 위협받으면서 섬을 떠나는 피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거제시 장목면 이수도는 20여 가구 주민 전체가 시의 복구반에 섬을 맡긴 채 14일 본섬인 거제도로 피난했다. 거제면 법동리 산달도 주민 50여 가구와 하청면 황덕도 주민 10여 가구도 치를 떨면서 섬을 떠났다. 황덕도 주민 강명규(68)씨는 "태풍이 섬을 통째로 삼킨 것은 난생 처음"이라면서 "오죽하면 살던 곳을 버리고 떠날 생각까지 했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힌 채 통영의 친척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부산시내에서 뱃길로 2㎞ 거리에 있는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또한 졸지에 벽지의 섬으로 전락했다. 정기 도선 4대 가운데 2대가 침몰하고 2대가 고장 나 육지 연결 통로가 봉쇄되면서 1,258가구 3,000여명의 주민들은 식수, 생필품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이재민 300여명은 뭍으로 나갈 수 없어 옷가지 몇 벌만 챙겨 그나마 사정이 나은 이웃집에서 더부살이로 연명하고 있다.

/통영·거제=이동렬기자 dylee@hk.co.kr

정창효기자 ch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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