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100명이 넘는 인명피해를 낸 태풍 '매미'는 한반도에 상륙하기 전 일본 오키나와와 규슈 서부를 거쳐왔지만 일본측의 피해는 사망 1명, 부상 2명에 불과했다. 물론 매미의 직접 영향을 받은 곳이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니어서 단순비교는 무리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빈번히 태풍이 통과하는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인명피해가 훨씬 적은 것이 사실이다.동아시아를 통과하는 태풍은 매년 평균 27개가 발생하는데 이중 9월에 발생하는 태풍은 거의 일본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일본은 1980년대 이래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가 100명을 넘은 사례가 없다.
매미와 비슷한 수준의 태풍이 일본을 강타한 최근 사례는 1991년 9월24일∼10월1일 1주일간 일본 열도를 서부에서 동부로 관통한 태풍 19호였다. 이 태풍은 순간 최대풍속이 60m를 기록할 정도로 강력했지만 사망·실종자는 62명에 그쳤다.
일본이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은 신속하고 정교하게 작동하는 방재 시스템 덕분이다. 일본은 2001년 총리 직속의 내각부에 '방재담당 장관'을 새로 두었다. 자연재해와 관련한 정부의 모든 정보를 재빨리 수집해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함께 일본은 기상예측에서부터 재해 시뮬레이션, 상황전파, 구체적인 방재활동을 유기적으로 수행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일찍부터 가동해 왔다.
태풍과 홍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위험 지도'가 대표적이다. 슈퍼컴퓨터를 활용, 태풍이 내습하기 전에 풍속과 강우량을 극소단위까지 세분화해서 지역별로 예측지도를 작성함으로써 TV 등을 통해 공표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주민들은 이 지도와 뉴스 속보를 참고해 사전에 스스로 대응책을 세울 수 있다.
거미줄망을 본 딴 신속한 상황전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풍이든 지진이든 전국적으로 TV에 자막방송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리의 전광판과 자판기 전광판에까지 자막을 내보낸다. 피해예방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중앙기상청을 통한 정부의 대책과 별도로 지자체가 자율적인 방재 시스템을 운용한다. 지자체의 방재 핫라인을 통해 주민들의 자율피난을 유도함으로써 사태 즉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