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해 복구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엄청난 피해를 입은 강원 동해안 주민들이 "이번 수해는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40∼50년간 수해를 모르고 살았던 고산지대 태백시 철암동 주민들은 동네 전체를 뒤덮는 최악의 물난리가 2년째 계속되자 3년 전 설치한 철암천 복개시설물이 흐르는 물을 막는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지난 1년간 시설 철거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던 태백시는 "주민의견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삼척시 미로면 하거노리 주민들도 오십천을 가로질러 설치한 임시복구용 철제교량에 원망의 눈길을 돌렸다. 미로면 주민들은 산불 피해목 등이 철제교량에 걸려 순식간에 거대한 댐으로 변했고, 이 때문에 성난 물길이 방향을 틀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태풍 때 집을 잃고 임시로 거주해 오던 컨테이너마저 침수된 정선군 정선읍 주민들은 정선군이 조양강변에 무리하게 조성하고 있는 자연석공원, 아리랑테마공원 등이 물길을 막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정선군 수해대책위원회는 조양강변에 설치된 각종 시설물 철거와 정선역 앞 저지대 상습침수지역에 대한 항구적 수해대책 마련,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강릉시 경포호 주변 주민들은 수 만평의 농경지가 또 다시 침수돼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자, 당국의 엉성한 복구공사가 만든 인재라며 분개하고 있다. 논밭과 산에 대규모 신시가지를 조성해 빗물이 흡수되지 못하는 데도 하천 폭을 넓히지 않았고, 높아진 하천바닥도 정비하지 않아 지난해 강수량의 3분의 1 수준인 이번 태풍에 맥없이 당했다는 것이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15일 정선군 정선읍 등 도내 상습침수지 6,7군데를 들어 "그 지역은 지형상 소하천 복구공사와 상관없이 피해가 날 수밖에 없는 곳인 만큼 주민 이주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발언, 주민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한 주민은 "수해가 재발할 것을 알았다면 미리 대책을 세워줬어야지, 피해를 입은 뒤에 그럴 줄 알았다는 게 도백(道伯)이 할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삼척=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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