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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전용관] 게이, 양지로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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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전용관] 게이, 양지로 나오다

입력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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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에 관한 조크 하나. 어떤 남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수사기관에 전화를 건다. “며칠 전부터 어떤 녀석이 저희 집 앞에서 절 감시하고 있습니다. CIA나 FBI는 아닐까요?” 저쪽에서 들려오는 심드렁한 답변. “혹시 GAY일지도 모르죠.” 너무 썰렁했나? 하지만 이번 추석 극장가에서 만난 두 편의 한국영화 ‘불어라 봄바람’과 ‘오! 브라더스’는 게이에 관한 조크를 꽤 썰렁하지 않은 화법으로 던지고 있다.최근엔 ‘로드무비’처럼 게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마저 등장했지만 동성애자에 대한 한국영화의 태도는 언제나 우회적이었다. ‘산딸기’ 시리즈로 유명한 김수형 감독이 1970년대에 만든 ‘금욕’ 같은 영화에선 레즈비어니즘의 흔적을 찾아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에로티시즘의 전성기인 80년대조차 게이와 레즈비언에겐 아주 좁은 자리만을 허락했다.

한 편의 예외가 있었다면 ‘사방지’. 상체는 여성이고 하체는 남성이었던 비극적 운명의 존재 사방지, 그리고 마님의 애절한 러브스토리엔 조선 계급사회의 등판에 비수를 꽂는 서늘함이 있었다.

이후 시기를 뒤돌아볼 때 떠오르는 몇몇 장면은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절뚝거리는 게이 남창은 “좀 씻어라, 더러워서 할 수가 있어야지”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지폐 몇 장에 몸을 팔고(‘게임의 법칙’), 누군가는 “전 호모가 아니라 게이에요!”를 외치며(‘48+1’), 미군은 탈주범에게 껄떡거린다(‘세상 밖으로’). 물론 조금은 다른 느낌의 묘사도 있었다.

(게이는 아니지만) 여장 남자는 여성들과 연대를 맺고(‘개같은 날의 오후’), 게이에 관한 잔잔한 소묘가 있었으며(‘와니와 준하’), 여고생들이 묘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기도 한다(‘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노랑머리’ 시리즈나 ‘내일로 흐르는 강’은 다소 공격적인 어조로 동성애를 말하거나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영화에 유머는 없었다.

‘불어라 봄바람’에서 소설가인 남자 주인공의 문하생은 남몰래 선생님을 사랑한다. 그의 애끓는 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인공은 “구역질 난다”고 손사래치고, 사고로 입원한 문하생은 옆 병상 남자와 연인이 된다. ‘오! 브라더스’의 모텔 장면. 큰맘 먹고 그곳을 찾은 게이 커플은 잠시 망설이지만, 조로증 동생이 형을 끌어안는 걸 보고 다른 게이 커플의 숨김 없는 애정 표현으로 착각하고 용기(?)를 낸다. 동생과 배꼽이 닮았나 비교해 보던 형은 이상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 영화들은 게이 코드로 자극적이거나 유치하지 않은 폭소를 만들어낸다. 관객들은 동성애 혐오증에 빠지지 않고서도 그 장면을 즐길 수 있다. 한국 상업영화에 이젠 이런 여유마저 생긴 걸까? 아니면 이것 또한 게이에 대한 또 다른 부정적 묘사일까? 아, 게이에 관한 농담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우리에게 그 농담이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말이다.

/김형석ㆍ월간 스크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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