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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 /재수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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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 /재수 권하는 사회

입력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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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대입 수능원서 제출기간이 닥치면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동료 교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나 역시 지난해에는 3학년 담임을 맡아 정신없이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나의 반 아이들의 상당수가 이런 저런 이유로 재수를 선택했는데 지금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으려나?마침 어제 제자 주형이가 찾아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형이는 지난 해 수능시험에서 210점을 받았는데,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도 태평이었다. 머리카락을 분홍색으로 가득 물들이고 귀를 뚫어 귀고리를 하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나는 주형이에게 "넌, 능력에 비해 점수가 나오지 않았으니 재수를 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놀기를 좋아하던 주형이는 내 조언을 듣더니 재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군대보다도 규율이 엄격하다는 기숙학원에 등록했다.

예비고사를 보면 300점 이상은 나온다고 하니 기대할만 하다. 그런데 주형이가 전해주는 기숙학원의 풍경에 깜짝 놀랐다. 원생이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회초리를 무려 200대를 맞는다고 한다. 또 어느 남자 원생은 옆 자리의 여자 원생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는 이유만으로 퇴소당했다고 한다.

나는 재수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잘 안다. 숨막힐듯한 고교 3학년의 긴장을 일년 더 겪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가끔씩 학생들에게 재수를 권한다. 재수를 해서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 몇 년 사이에 수능시험에서 재수생들이 두드러지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재수를 권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재수 권하는 교사와 재수하는 아이들…. 이것이 비정상적인 것을 알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그저 내가 맡고 있는 아이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통해 대학에도 들어가고 사회에도 진출했으면 한다. 정상적인 공교육만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 이토록 힘든 것일까?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아이도 이제 몇 년만 지나면 저 아이들처럼 깊은 밤을 잊은 채 학원을 떠돌아야 한단 말인가? 아이를 위해 이민을 떠나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에 괜히 우울해지는 가을이다.

/nmhnm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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