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로 포스트PC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컴덱스2002' 행사장에 나타난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빌 게이츠는 "육중하고 고정된 PC의 시대는 곧 끝난다"고 선언했다. 평소 '편리한 컴퓨터 환경'을 강조해온 그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쉽고 가벼운 PC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며 "포스트PC 시대를 준비하라"고 예언했다.포스트PC란 무엇인가
빌 게이츠는 포켓PC, 태블릿PC, 스마트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을 포스트PC 제품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기존 휴대용 디지털기기의 명맥을 이으면서, 데스크톱PC에 견줄만한 성능을 지향한다.
포켓PC는 외형상 개인용휴대단말기(PDA)와 차이가 없다. 컬러 액정화면, 스테레오 스피커를 채용해 영화, 음악 등 멀티미디어를 감상할 수 있고, PC용 파일을 그대로 내려 받아 쓸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무선 인터넷 모듈을 연결하면 방금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는 일도 가능하다.
태블릿PC는 키보드가 없는 PC다. PDA처럼 화면이 입력장치의 역할도 한다. 마우스 대신 손끝으로 화면을 누르고, 키보드 대신 필기 하듯 글자를 써넣는다.
내장된 소프트웨어가 필기를 인식해 문자로 바꿔주기 때문에 장문의 글도 입력할 수 있다. PC용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쓸 수 있으며, 노트북PC 보다 얇고 가벼워 휴대가 편리하다.
스마트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은 각각 태블릿PC와 포켓PC를 닮았다. 스마트디스플레이는 독립된 PC가 아니라 데스크톱PC의 '분신'이라는 점이 다르다. 무선 인터넷으로 PC와 연결해 인터넷 서핑이나 이메일 전송, 게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휴대폰에 포켓PC의 기능을 탑재했다. 포켓PC도 무선 인터넷을 쓰려면 휴대폰과 유사한 통신 모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융합해 가는 추세다.
포스트PC의 명과 암
'모바일 컴퓨팅'의 조류 속에서 휴대가 편리하고 무선 인터넷이 기능이 내장된 포스트PC 제품은 PC의 최신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최신 제품을 안 써보고는 못 배긴다는 '얼리어답터' 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대단하다. 포켓PC와 스마트폰 등 일부 포스트PC 제품은 이미 보급율이 5%대로 치솟고 있으며, 빌 게이츠가 예언한 '5년' 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대중화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PC제조업체와 보수적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냉소와 부정적 견해에 시달리고 있다.
포스트PC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제품과의 경쟁이다. 포켓PC와 최신형 PDA 사이에는 이미 기능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서로의 구분이 모호한 상태다. 태블릿PC의 경우 초소형 서브 노트북PC와의 경쟁에서 패퇴 중이다. 자판과 마우스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은 태블릿PC를 펼쳐들고 서서 일하기 보다 노트북PC를 무릎에 얹어놓고 앉아서 일하는 것을 훨씬 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스마트디스플레이는 태블릿PC와 PDA 사이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들 포스트PC 제품은 또 PC와의 성능격차가 줄어 들지 않아 이중고를 겪는 중이다.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것이 스마트폰. 최근 카메라 폰과의 융합을 통해 젊은 층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해가고 있다. 빌 게이츠의 '포스트PC론'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온 애플컴퓨터의 전 최고경영자 존 스컬리도 최근 "보급율이나 대중성에서 PC의 유일한 경쟁자는 휴대폰"이라며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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