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대동 정신을 되살리겠습니다." 추석을 앞둔 9일 국악원에서 만난 김철호(51) 제14대 국립국악원장은 내내 활기찬 표정으로 3년간 국악원을 이끌 청사진을 조목조목 풀어냈다.김 원장은 대동성으로 대표되는, 일제 시대에 훼손된 우리 전통예술 본래의 아름다운 정신을 복원하는 것을 재임기간 기본적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풍물 등의 민중음악은 건강한 동일체 의식을 함양했어요. 원래 민요 등은 통으로 한 판 벌였는데 일제가 미신이다 해서 대동성을 지닌 민중음악을 토막소리로 해체한 것이죠."
정악도 마찬가지다. "당시 주류세력이 식민지 시대에 몰락하면서 대동성과 일맥상통하는 여민락 정신으로 대표되는 가치관과 구조적 철학이 사라졌습니다." 김 원장은 "정악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민속악이 가지고 있던 역동성을 살리고 필요하면 현대적 아이템도 적용하는 균형 있는 발전이 중요하다"며 "전승, 보존에 치중해야 했던 힘든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옛 의미를 생활 속에서 다시 살리는 가치적 복원이 국악 정통성 회복의 한 갈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일제시대 '이왕직 아악부'의 마지막 악사부터 현재까지 이 땅의 모든 음악을 포용하겠다"며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있던 국악원을 열린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명과 관련한 '전국 대학 국악과 교수포럼'의 반발과 현 정부의 민예총 출신 우대 논란에 대해 김 원장은 "국악은 정치 성향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민예총 활동에 대해서는 "진짜 고생하신 분들에게 부끄럽다"고 말하고 "내 예술의 내용과 공연의 질로 심판받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악과 교수포럼은 귀한 분들이지만 국악계를 대표하는 건 아니다. 진짜 국악계를 대표하는 분들의 의견을 들었는가"라고 반문한 뒤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도 사실을 왜곡하지만 않는다면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화합적 자세를 견지하겠다. 그러나 나는 나대로의 철학이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김 원장은 이날 김천흥(94) 성경린(92) 이양교(75) 세 명의 국악원 원로사범을 승용차로 모시고 오찬을 함께 하는 등 국악원의 원로들과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김 원장은 서울대 국악과(대금 전공)와 단국대 교육대학원, 러시아 페트로자보스크 국립음악원 지휘과 최고과정을 졸업했다. 국악원 대금 연주자, 청주시립국악단과 대전시립국악원 상임지휘자를 거쳐 98년부터 국립국악원 정악단 지휘자로 활동했다. 98년부터 올해 2월까지는 민예총 산하 민족음악인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글·사진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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