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상장기업인 한국금속공업의 주가는 증시 '큰 손'으로 알려진 김성진씨가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며 금융감독원에 감사 교체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 등을 요구하자 상한가로 치솟았다. 개인 사업가인 김 씨는 올들어 한국금속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지분 18.78%를 확보, 2대주주로 올라섰으며 경영권 확보와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개인 플레이, 큰손 파워
자금력 있는 개인 투자가들이 기업과 자본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SK(주)의 대주주로 올라선 소버린 형제처럼 선진국 자본가들이 에쿼티 펀드(지분참여 투자기관) 등을 설립해 경영참여와 수익 추구에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간접 투자시장이 취약한 국내에서는 개인들이 직접 현금을 들고 자본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올들어 개인투자자가 5% 이상 지분을 사들여 주요 주주로 올라선 기업은 25개사를 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대규모 주식 매입으로 단순한 시세차익을 노렸으나 최근 인수합병 시장이 활성화하고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이 늘어나면서 경영참여나 M&A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원·교수·변호사 등 다양
이달 3일 한 30대 회사원이 일동제약의 2대주주가 됐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벤처기업 K사 부장으로 재직중인 안희태(35)씨는 올 7월 이후 일동제약 지분 9.40%를 확보해 윤원영 회장(12.23%)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섰다. 그가 주식을 매입할 당시 주가를 감안하면 매수자금으로 30억원 정도가 투입됐으며 모두 자기 자금이라고 감독당국에 보고했다. 회사측은 안씨가 단순 투자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였고 부친이 전 일동제약 임원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을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거래소 상장기업 광명전기는 경희대 황주호 교수와 서용교 대원지에스아이대표가 지분 21.15%를 인수, 1대주주로 올라서면서서 대표이사 선임을 놓고 기존 경영진과 공방을 벌이는 등 치열한 M&A 다툼에 휘말렸다.
변호사인 최호근씨도 지난달 법정관리 중인 진도 주식 147만2,550주(7.22%)를 장내 매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며 현직 교사인 나홍숙씨 등 5명도 화의기업인 서광건설 지분 31.9%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
10억원 이상 1,800개
국내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한 외국인투자가들이 대부분 이머징마켓(신흥시장) 투자 펀드나 사모(私募) 펀드인 반면 국내 투자가들은 주로 개인이 직접 대규모 지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대우·현대·굿모닝신한 등 4개 대형 증권사의 개인투자가 계좌 현황 분석 결과, 10억원 이상 잔액를 보유한 '큰 손' 계좌수는 1,800여개로 전체의 0.19%를 차지했다. 이들 계좌를 주식·채권 등 직접투자 계좌와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 계좌로 나눴을 때 거액투자자일수록 직접투자를 많이 해 50억원 이상 투자자는 10명 중 9명(92.6%)이 직접투자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남우 리캐피탈투자자문 대표는 "국내에서는 펀드 운용 등 자산운용업계가 아직 신뢰를 얻지 못하고, 각종 금융감독 규정도 까다롭고 제한이 많아 다양한 펀드를 만들기 어렵다"며 "개인 큰손들의 직접 투자로 국내 M&A시장이 활성화하고 있지만 이들이 지분을 털고 나올 때 각종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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