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잘 지내겼는지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하지만 농사와 나랏일을 좋게만 느끼기에는 어려운 일이 주변에 너무 많은 듯 합니다.추석이라면 떠오르는 식물은 무엇일까요. 우선 달맞이를 하러 나온 '달맞이꽃'이 생각되지만 이 풀은 이 땅에 살던 역사가 백년이 될까 말까한 귀화식물입니다. 달에 토끼와 함께 살고 있다는 '계수나무'역시 동요에도 나오는 아주 친근한 나무이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뿌리를 두고 문화적인 공유를 하고 있을 뿐 우리나라엔 자생지가 없지요.
소나무 정도가 추석에 먹는 송편과 관련해 온전히 추석과 관계를 내세울 만 합니다. 송편은 떡을 찔 때, 솔잎을 깔아서 이름이 '송편'이랍니다. 추석이 다가오면 마을 뒷산에서 솔잎을 따며 명절을 준비하던 기억이 생생한 사람이 주변에 많습니다.
송편에 솔잎을 까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향기가 좋으라고? 그런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솔잎을 깔고 찌면 떡이 잘 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물론 솔잎에서 나오는 성분 때문이지요. 솔잎이 신선의 음식이라 하여 한때 선풍을 일으키기도 했지요. 여기에 힌트를 얻어 솔잎 성분을 연구하는 이도 많습니다.
어디 솔잎 뿐이겠습니까. 천연물에서 질병을 고치는 약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합니다. 특히 동물에서보다 식물에서 그 약을 찾는 경우가 훨씬 많지요.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도 아니고, 사람이나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식물국회'니 '식물인간'이니 하면서 폄하하는 그 식물에게서 말입니다.
생물이 스스로 행동하고 조절하고 생각하는 등의 모든 것에 관여한다는 DNA. 당연히 동물에게 더 많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식물이 훨씬 많답니다. 햇빛과 물과 산소로 양분을 만들어 스스로 살아가는 독립영양체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DNA. 이동하지 못해 한 자리에서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도 자손을 퍼뜨려야 하니 그 각각의 상황에 대응하는 복잡한 메커니즘과 관련되 DNA. 동물에게 잡아 먹히니 동물과의 관게를 유지해 나가기 위한 노력 등에 관여되는 DNA등.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꽃의 다양한 행태도 그 하나일 것이고, 비약인 것 같지만 심지어 어떤 이는 우리가 사과나무를 재배해 사과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사과나무가 사람들을 이용해 힘들이지 않고 세게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천적들까지 물리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수많은 과학자가 질병 등과 같이 사람에게 닥친 문제를 풀기 위해 식물연구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하지요.
구태여 DNA 숫자 같은 것으로 증명하지 않아도, 쏫아붓는 빗줄기에 속수무책으로 가슴잃이 하는 농부를 보아도, 여의도에서 정치인들이 원색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을 보아도 식물은 동물보다 한수 위인 것 같습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