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외무장관들은 13일 제네바에서 미국이 발의한 새 이라크 결의안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이 참석한 이번 회담은 이달 중 안보리 표결에 부쳐질 새 이라크 결의안에 대한 사전조율을 위해 마련됐다. 상임국들은 이라크인에게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는 전제에는 공감했으나 구체적인 방법은 미국과 프랑스가 정면 대립하는 바람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BBC 방송은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이 새 결의안에 권력이양 일정과 방식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드 빌팽 장관은 이를 위해 한 달 안에 이라크 임시정부 수립 연말까지 헌법 제정 내년 봄 총선실시 시간표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완전히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하다"며 일축했다.
프랑스의 이견에 따라 유엔 주도의 다국적군 추가파병과 재건자금 지원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려 했던 미국의 계획은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했다. 이번 회담이 공전됨에 따라 미국의 새 이라크 결의안은 이른 시일내에 안보리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파월 장관은 회담 뒤 쿠웨이트를 거쳐 14일 바그다드를 방문했다. 미 국무장관으로는 반세기만인 파월 장관의 이라크 방문은 폴 브레머 최고행정장관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13일 바그다드 서부 팔루자에서는 미군의 오인사격으로 이라크 경찰 8명이 사망한 것에 분노한 이라크인들이 격렬한 반미시위를 벌였다. 이날 장례식에서 이라크 경찰은 "미국은 신의 적"이라며 복수를 다짐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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