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짜겠습니꺼, 그래도 살아야지예…"태풍과 만조가 겹쳐 든 해일에 휩쓸려 폐허처럼 변해버린 경남 마산시 옛 마산항 매립지 일대. 14일, 복구 이틀째를 맞았지만 주민들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해안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인근 건물 지하에서 시신이 잇달아 수습되면서 설마 했던 '집단 수몰'이 사실로 드러나자 태풍에 무너져 내린 가슴이 또 한 번 멍들었다. 해운동 해운프라자에서 8구의 시신이 수습된 데 이어 인근 두 곳의 상가에서 3구가 다시 발견되고 400여m 떨어진 두산2차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시신 1구가 인양되자, 주변 두산 대동씨코아 동산 아파트 3,000여 가구 주민들은 참담함과 불안감에 치를 떨었다.
동산아파트 주민 정진희(48·여)씨는 "악취에 정전에, 불편하고 힘든 건 말도 못한다"며 "더구나 우리 동네에서 사람들이 무참히 숨졌다니 몸에 힘이 다 빠져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뒤숭숭한 소문들도 적지 않다"며 "지하층 물이 덜 빠졌으니 또 언제 어디서 시신이 나올지 불안해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젊음의 거리' '마산의 신흥 빌딩촌'으로 불렸던 해운동 일대 상가 거리는 평소의 경쾌한 음악 대신 양수기 굉음과 구조대원들의 가쁜 숨소리, 유족과 주위 사람들의 처절한 흐느낌이 뒤엉킨 전쟁터 그 자체였다.
흙탕물이 빠진 도로는 뻘이 말라 뿜어내는 뿌연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도로 가에는 부두에서 떠밀려온 원목과 수해현장에서 나온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구조차량 소통 마저 빠듯해 수마가 할퀴고 간 마산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분식집 주인 김창민(45)씨는 "바닷물이 덮쳐 다시 쓸만한 물건도 없지만 마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며 뻘을 덮어쓴 가재도구들을 들어내고 있었다.
마산항 구항 매립지인 남성·신포동 일대 역시, 경남 최대 어시장의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길이라는 길은 쓰레기에 막혀 있어 엄두 조차 나지 않습니다." 추석 대목에 맞춰 싱싱한 횟감을 가득 채웠던 수족관과 알토란 같은 횟집을 송두리째 태풍에 빼앗긴 이양옥(44·여)씨. 그는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 초점없는 시선을 장 바닥에 풀어 놓고, 한참동안 앉아 일어서지 못했다.
현대식 백화점과 대형 마트도 예외일 순 없었다. 해일 벼락을 맞은 매립지내 대우백화점과 롯데마트, 월마트 등 3곳의 대형 유통시설은 당분간 정상영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고, 우리은행 마산지점 등 금융기관 점포 5곳도 전산기기가 물에 잠겨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산시는 12일부터 3일째 비상근무체제에 돌입, 공무원들을 복구현장에 투입하는 한편 14일 긴급 담화문을 발표, 수해복구에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마산=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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