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와 이라크전쟁,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등 내우외환에 시달린 재계에 연말 목표 달성을 위한 비상이 걸렸다. 주요 그룹마다 주력사업을 제외한 신규투자 유보, 불요불급한 경비지출 억제 등 내실경영의 고삐를 조이면서 총력수출 등으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4일 본지가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상반기 경영실적 및 연말 추정실적을 점검한 결과, 대부분 그룹들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순익은 최고 30∼40%가량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매출은 지난해 수준,순익 격감 예상
삼성그룹은 정보통신(IT)및 디지털미디어부문의 호조로 매출은 당초 목표치(114조원, 물산의 수출대행분 제외)에 턱걸이하겠지만, 영업이익(목표치 15조원)은 반도체가격 하락으로 20∼30%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그룹 순익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상반기순익(2조2,600억원)이 전년동기대비 41%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반도체, 통신 등 IT분야,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휴대폰 증설 등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기위한 선행투자 7조원등 세계시장 우위확보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LG는 연초 매출 120조원(전년대비 7%증가), 경상이익 5조3,000억원의 경영목표를 제시했지만, 사스로 인한 중국 등 동남아수출 감소, 내수판매 부진으로 목표달성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수출로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수출주력 3총사'인 전자(올 목표 120억달러), 상사(140억달러), 화학(15억달러)등은 지역별 특화 마케팅과 PDP TV, 디지털TV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바탕으로 북미, 중국, 유럽에서 승부를 걸 계획이다. 또 차세대이동통신 및 정보전자 소재 등 핵심사업에 대해서는 연초 투자계획(7조4,000억원)을 유지키로 했다.
글로벌의 분식회계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는 글로벌에 대한 출자전환 등 지원책 마련으로 SK(주)등 대부분 계열사들이 하반기 들어 투자 유보 및 이월, 신규채용 대폭 축소, 한계사업의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은 SK(주)등 계열사들의 글로벌 보유채권의 출자전환 등에 따른 지분법 평가손으로 연간순익(세전이익)이 당초 목표의 70%수준(2조8,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는 연초 매출 46조원(전년대비 12.9%증가), 투자 3조8,500억원(50.4%)을 목표로 했으나, 내수 부진으로 연말까지 경상비용 20∼30% 삭감 등 긴축 경영기조를 유지키로 했다. 수출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미국 앨러배마공장, 베이징현대차공장등의 증설을 통한 글로벌생산네트워크 조기구축등에도 힘쓰기로 했다.
유통 항공, 레저 등 서비스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진, 롯데, 한화, 금호 등은 사스 및 이라크전쟁 등에 따른 상반기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위해 남은 기간 계열사 사옥 매각, 무수익 자산 매각 및 외자유치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상반기 중 식음료 등 내수부진으로 매출(3조800억원)이 목표대비 93%에 그친 두산도 원가구조 개선, 신시장 개척등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정몽헌회장의 사망이후 그룹해체 위기를 맞고있는 현대는 주력인 현대상선이 물동량 증가에 따른 실적개선으로 유동성위기를 넘겼지만, 구조조정차원에서 계열사들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이 더 문제
10대그룹은 올해도 어렵지만, 내년이 더 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관계자는 "내년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통령선거가 겹쳐 있고, 국내도 4월 총선으로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총선과 맞물려 노동계의 투쟁강도가 올해보다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여부 등 환율시장도 불투명, 사업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설명이다.
전경련 이승철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환란이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시 우리만 호황의 열매를 따먹지 못하는 '외톨이'가 될 수 있다"면서"성장잠재력 고갈을 막기위해서는 규제완화 등 투자분위기 조성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의춘기자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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