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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러 가스개발 한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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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러 가스개발 한국은 없다

입력
2003.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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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을 흔히 석유전쟁이라 할만큼 에너지 문제는 중요하다. 지금 시베리아 천연가스 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일본, 엑슨모빌―쉘, 러시아―미국간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할린의 천연가스를 북한에 공급하여 북핵 위기를 해결한다는 이야기도 석유메이저들의 경쟁전략에서 파생된 것이다. 중일간에는 양국 정상에 이어 장관들이 앞을 다투어 러시아에 방문하여 이르쿠츠크∼다칭(大慶) 노선과 이르쿠츠크∼나홋카 노선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매스컴을 타고 있다.한국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가. 얼마 전 러시아 천연가스의 보고인 사하공화국의 고관으로 내년 대통령선거의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인사가 방한해 우리 정부 고관을 만나지 못해 우울해 하는 것을 보고 내가 그 인사보다도 더 우울해진 적이 있다.

나는 정부에 있을 때 이르쿠츠크 천연가스 개발에 한국이 개발권을 갖고 참여하는 줄 알았다. 모든 보고서가 그러하고 모두가 그렇게 보고하니 속을 수 밖에. 나중에 중국의 에너지 관련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중국이 개발권을 갖고 한국에 주는 형식으로 되어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나는 한국이 러시아 천연가스 개발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당국의 책임자로서 역사에 죄를 짓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문제에 전력투구 했다. 온갖 루트를 동원하여 러시아 정부를 설득하였다. 중국에 독점적으로 개발권을 주는 것보다 한국 그리고 일본도 참여시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러시아에 유리하지 않느냐는 논리를 앞세웠다.

그리고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0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 장관회의'에 참가하여 러 중 미 일의 에너지 장관들을 설득하였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보아 한국이 개발권을 갖고 시추에서부터 참여하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여담이지만 이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가 개각에서 '이르쿠츠크 천연가스 개발권을 얻는데 기여한 공로'로 각료로 임명된 것을 보고 나는 정치판의 '참을 수 없는 장난의 가벼움'에 한참 웃고 말았다.

샌디에이고 회의 기조연설에서 나는 시베리아 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 형성과 'APEC 대체에너지 기술 전람회' 개최를 주장하였다. 아는 바와 같이 중동산 석유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과열 경쟁이 동아시아의 석유시장을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으로 만들었고 그 결과 아시안 프리미엄을 연 50억 달러 이상 지불하고 있다.

시베리아 천연가스가 개발되면 동아시아 여러 나라는 중동산과의 경쟁관계를 이용하여 에너지 시장을 구매자 시장(Buyer's Market)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시베리아 천연가스 개발에 한중일이 과장 경쟁을 벌이면 러시아와 석유메이저들만 덕을 보게 된다.

경쟁에서 한 발 뒤진 한국이 나서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 구성을 촉진해야 할 때다. 전후 서유럽은 루르와 자르 지방의 철과 석탄을 유럽이 공동관리하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만들었고 그것이 기반이 되어 오늘날 유럽연합(EU)이 되었다.

한중일러 4국은 시베리아 천연가스의 공동 개발, 공동 파이프라인 구축, 공동 비축, 공동 시장으로 동북아 공동체의 첫 출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광통신까지 함께 묻으면 동북아 정보기술(IT) 공동체도 가능하게 된다. 한중일 관계관들은 모스크바로 달려갈 것이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나 제주도로 가서 에너지 공동체협의회라도 구성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체 에너지 기술전람회를 통해 에너지기술을 축적하는 것이 다음 시대를 예비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중동과 러시아에 대한 또 하나의 교섭 파워가 되는 것이다.

작년 가을 '제1차 APEC 대체 에너지 기술 서울 전람회'가 너무 초라하게 개최된 것을 지금도 우울하게 생각한다. 정부는 결의를 보인다는 취지에서 먼저 에너지 전담 부처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 영 호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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