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추석도 끝나고 본격적인 가을장이 다가오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들어 우리 증시의 최대의 매수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외국인이 과연 계속 증시에 돈을 쏟아 부을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언젠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우리 나라 증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가장 설득력 있는 답변은 "한국 경제의 젊음을 산다"는 것이었다.과연 국가 경제에도 나이가 있는 것일까? 나무라면 나이테를 보면 알겠지만 국가 경제의 나이는 무엇으로 잴 수 있을까? 어느 조사에 따르면 한 나라의 경제적 나이를 재는 데는 대략 다음과 같은 4가지 지표들이 유효하다고 한다. 먼저 인구 구성이다. 14세 이하 어린이에 대한 65세 이상 고령자 숫자의 비율을 따져보아 고령자 비율이 높아질수록 그 나라 경제는 나이를 많이 먹은 것이 된다. 이는 결국 그 나라 경제의 생명력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산업구조. 이는 그 나라 산업의 성숙도를 재는 기준으로 취업 인구가 어느 산업에 주로 몰려있는지를 본다. 공업화가 진전됨에 따라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의 인구 이동이 일어나고, 경제가 성숙할수록 3차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높아진다.
세번째로는 대외수지. 이는 국가의 산업 경쟁력 척도로 사용된다. 저개발 초기에는 부가가치가 낮은 1차 산업 위주의 무역 수지 적자 구조에서 점차 산업화를 통한 산업 경쟁력 확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공산품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경상 수지 흑자 기조를 이루면서 점차 해외 투자활동을 통한 금융소득이나 배당 소득 비중이 커지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실질 경제 성장률이다. 이는 국가 경제의 체력에 해당하며, 성장 초기 단계에서 두 자리수의 성장률을 보이던 경제가 점차 성숙 단계를 거치면서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에 수렴해 가는 과정을 거친다.
10년 전 이 같은 지표를 가지고 분석한 결과, 미국의 나이는 49세, 영국은 52세, 일본은 38세, 한국은 23세로 계산됐다. 지난 10년 사이에 우리 경제는 질적인 성장을 보여주었다. 외국인 순매수의 배경에는 입지(立志)의 단계를 갓 벗어난 우리 경제의 잠재력에 대한 평가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우리가 너무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4분기 증시를 보는 데 있어 좀 더 크고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