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완공당시 최신식 항만이라며 자랑했는데 태풍으로 불과 몇 분만에 맥없이 무너졌다는 게 말이 됩니까."14일 오전 부산 남구 감만동 부산항 신감만 컨테이너 부두. 이틀째 하역작업이 전면 중단돼 한산한 가운데 부두운영사 관계자들은 아직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부두에 있는 전체 7기의 대형 (겐트리) 크레인 중 6기는 폭격을 당한 듯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선적을 기다리는 장치장에 처참하게 나뒹굴어져 있었다. 나머지 1기도 상당부분이 형체를 분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 13일 신감만부두에 하역작업을 벌일 예정이었던 세계 3위의 컨테이너 해운업체인 대만 에버그린소속 컨테이너 선박 2척 등 모두 8척의 외국 대형 선박들이 막연히 외항에서 대기하고 있다.
대형 크레인 12기 가운데 5기가 파손되거나 궤도를 이탈한 부산항 자성대 부두(허치슨터미널)도 사정은 마찬가지. 허치슨터미널은 5만 톤급 4개 선석 가운데 2개의 가동이 중단돼 당초 이날 5척의 선박이 하역작업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3척만 작업이 이뤄졌다. 각각 2,500개(20피트 기준)와 1,700개씩의 컨테이너를 싣거나 내릴 예정이었던 MSC소속의 알라바마호(3만7,000톤급)와 로라시아 소속 발파레이트(5만1,800톤급)호는 아예 광양항으로 작업항을 옮겼다.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25%를 담당하고 있는 신선대·감만·우암 등 부산항 8개 주요 컨테이너 부두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은 모두 48기. 이중 이번 태풍으로 20%가량인 11기가 파손을 당했고, 이들 크레인을 다시 제작할 경우 최소한 10개월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해졌다.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파손된 크레인을 치우는 데만 45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장기간 부두운영 중단 등 작업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정이 이렇자 부산해양청은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8%, 14%를 처리하는 신감만부두와 자성대부두가 물동량처리에 어려움이 많은 만큼 15일께부터 매일 부두운영사 등과 함께 선석을 일괄 배정하는 등 전체 컨테이너 부두를 공용부두화해 운영하기로 했다. 부산해양청 관계자는 "같은 5만 톤 급 선석 4개를 갖추고도 감만부두에 비해 적은 컨테이너를 처리한 허치슨터미널의 작업처리율을 높이는 등 태풍 피해가 없는 다른 컨테이너 부두의 작업량을 늘려 부산항 이탈을 최대한 막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부두 관계자들은 최신식 시설이 갖춰진 데다 외국업체와 합작으로 설립된 신감만부두가 이번 태풍에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것과 관련,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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