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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해 한농연 전회장 할복자살/오늘 칸쿤서 세계농민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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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해 한농연 전회장 할복자살/오늘 칸쿤서 세계농민葬

입력
2003.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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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한농연) 이경해(56·사진) 전 회장이 11일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반대 시위 도중 흉기로 왼쪽 가슴을 찔러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심장 상처에 따른 과다출혈로 숨졌다.이날 세계 각국에서 온 1만여명의 시위대와 함께 WTO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던 이씨는 철제저지선 위로 올라가 'WTO 협상 반대'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걸던 중 흉기로 가슴을 찔렀다. 이씨는 "나는 염려하지 마라. 열심히 투쟁하라"는 말을 남겼다.

이씨는 7일 멕시코에 입국, 한국에서 온 농민·시민단체 관계자 150여명과 시위를 벌여왔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 칸쿤 투쟁단'은 긴급 성명을 내고 "이 전 회장의 죽음은 WTO와 초국적 자본에 의한 한국 경제 침탈과 농업 피폐화에 항의하기 위한 절박한 몸짓이었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한농연 등 농민단체들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협상단은 농업을 포기하는 시장 개방만을 요구하는 WTO 회의장에서 즉각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각국 언론도 할복자살 사건이 WTO 협상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씨의 고향인 전북 장수군을 비롯해 전국 175곳의 한농연 사무실에 분향소가 차려졌고, 정부는 국무총리와 농림부장관 명의의 조화를 전달했다. 이씨의 유해는 칸쿤 시내 중앙광장 천막 시위장에 옮겨져 14일 '세계 농민장'을 치른 뒤 18일 한국에 운구될 예정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칸쿤 외신=종합

● 이경해씨는

이경해씨는 1947년 전북 장수군에서 태어나 전주농고와 전 서울농업대(현 서울시립대)를 졸업한 뒤 74년부터 고향인 장수읍 대성리 야산을 개간, 고랭지 채소 재배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사업에 실패하자 70년대 후반 낙농업으로 바꿔 한때 젖소 목장이 17만여㎡에 달할 정도로 성공했다.

78년 영농후계자로 선정된 뒤 본격적인 농민운동에 뛰어들어 1987년 전국농어민후계자협의회(현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설립에 중추적 역할을 했으며 협의회 초대 전북협의회장과 제2대 전국회장(1988∼1990년)을 지냈다.

90년 11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당시 스위스 제네바에서 농업시장 개방을 반대하며 할복을 시도했으며 올 3월 제네바에서 수입개방 반대를 주장하며 한달 동안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88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세계농민상을 수상했다.

1, 2, 3대 전북도의원을 지냈으며 지난해 12월18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장수군수에 출마, 낙선한 뒤 서울 동생 집에 머물러 왔다. 10여년 전 교통사고로 부인을 잃었고 슬하에 3녀를 두고 있는 이씨는 28일 둘째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장수=최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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