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조원에 달하는 교통세의 용도를 둘러싸고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환경부가 도로건설 등 교통시설 확충에만 사용되는 교통세의 20%를 환경분야에 투자하는 '교통환경세'로의 세목(稅目) 전환을 요구하고 있고, 정치권도 이에 동조하는 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1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여·야 의원 21명은 최근 자동차 연료에 부과되는 '교통세'를 '교통환경세'로 전환, 이에 따른 세수를 2019년 말까지 교통시설 확충과 함께 환경오염 방지사업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교통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교통세를 전액 교통시설 투자에만 활용할 경우, 통행량 증가와 도로정체 심화로 다시 도로건설을 늘려야 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유류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의 사회적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명숙 환경부 장관도 최근 "교통세의 환경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교통세수의 20%(약 2조원) 가량을 환경개선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친환경적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며 세목 전환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교통세 용도가 지금처럼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서해안고속도로, 경부고속철도, 인천국제공항 등 굵직한 사업은 모두 교통세를 재원으로 건설됐다"며 "참여정부의 핵심 과제인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 건설을 위해 2019년까지 도로 항만 등의 확충에 최소 250조원이 필요한 만큼 교통세는 당초 목적대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제를 책임진 재경부는 부처간 논쟁에 정치권까지 가세하자 몹시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올해를 끝으로 없애기로 한 교통세를 건교부의 반발에 밀려 2006년까지 3년간 더 연장해준 마당에, 세목 변경논란까지 불거져 다시 교통정리에 나서야 할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환경이든 교통이든 특정 용도에만 쓰이는 목적세는 예산의 효율적인 운영을 막기 때문에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며 부처 이기주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1994년 10년 시한으로 만들어진 교통세는 휘발유나 경유에 붙는 정액 세금(㏄당 휘발유 586원, 경유 232원)으로 교통 관련 SOC 건설에만 사용된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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