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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 남·동부 강타/전국 피해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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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 남·동부 강타/전국 피해상황

입력
2003.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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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가 남긴 상처는 너무 컸다. 사망자, 실종자가 속출하고 애써 키운 농작물이 물에 잠겼다. 강풍에 건물이 파손되고 저지대 주민들은 서둘러 물난리를 피해야 했다.경남

매미가 관통하면서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 불어난 계곡물로 추성추(73)씨 부부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의령군 가례면 양성마을을 비롯해 마산, 창원, 창녕, 거창 등에서 산사태, 해일, 가옥 파괴 등으로 사망, 실종이 이어졌다. 산청 140가구, 함양 131가구 등 5개 시·군에서 752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강풍에 따른 정전으로 마산 칠서, 밀양, 양산 등 11개 정수장의 수돗물 공급이 한때 중단돼 주민 110만명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창원산업단지에 입주한 1,200여 업체 대부분은 강풍으로 유리창이 깨지거나 지붕이 파손됐다. 이 가운데 두산중공업은 송전철탑 2개가 파손되고 건물 일부가 부서져 30억원 가량의 피해를 보았으며 12일부터 가동하려던 대원강업은 가동을 하지 못했다.

경남경찰청 항공대 건물 담벼락이 무너져 건물 유리창과 배수관 등이 파손되고 고속도로 6지구대 건물 옥상 안테나와 차고가 부서지는 등 관공서도 큰 피해를 보았다.

12일 오후8시15분께 통영시 신아조선소에서 건조중이던 이탈리아 국적 3만7,000톤급 아리쿠디엠호 등 선박 11척이 좌초되고 4척이 침몰했으며 통영 선적 27톤급 멸치잡이 어선 범양호의 선장 김대봉(64·통영시 광도면)씨 등 배에 타고 있던 3명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창원, 마산 등 도시지역에서는 강풍에 승용차 유리창이 깨지는 등 차량 피해가 늘어나 자동차 보험사와 경정비 업체에는 자동차 파손에 대한 문의가 폭주했다.

/창원=정창효기자

chjung@hk.co.kr

울산

12일 오후10시께 순간 초속 33.2m의 강풍이 몰아쳐 남구 삼산동 현대아파트 등 도심 고층아파트 베란다 창문 수백장이 깨졌다. 이 때문에 이모(50)씨 등 100여명이 손과 발 등을 유리 파편에 찔려 중구 동강병원과 동구 울산대병원, 남구 중앙병원 등 주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시각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앞바다에는 해일이 일어 가옥 25채가 물에 잠기고 주민 100여명이 인근 서생면사무소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매미가 동반한 강풍으로 남구 옥동 울산대공원 동문 입구의 조형물이 쓰러지고 적송 등 조경수 수십그루가 뽑히거나 부러졌으며 남구 태화로터리 등에 세워져 있던 입간판과 삼산동 자동차매매상사 등의 간판 수백개가 도로에 나뒹굴기도 했다. 북구 아산로와 중구 번영교 하부 도로가 침수돼 한때 교통이 통제됐으며 아파트 모델하우스 자재가 강풍에 날아다니면서 승용차 수십대를 파손하기도 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대구·경북

13일 오전3시30분께 대구 달성군 유가면 음리 곽남순(65·여)씨의 집이 불어난 물에 침수, 유실되면서 곽씨가 현풍천에 휩쓸려 숨지는 등 대구와 경북 울진, 영덕, 군위, 포항 등에서 사망, 실종자가 발생했다.

달성군 현풍면 현풍천과 가창면 용계천, 유가면 달창저수지의 물이 넘쳐 370가구 1,000여명이 면사무소와 인근 초등학교 등으로 한때 대피했으며 13일 0시40분께에는 경북 의성군 춘산면 옥정리 인근 하천이 넘치면서 40여가구가 침수, 주민 120여명이 춘산중학교로 긴급 피신하기도 했다.

대구지역 최대 공장 밀집지역인 성서공단은 진입도로와 일부 공장이 물에 잠기고 가로수가 쓰러졌으며 대구시 달서구 월암동 대명천의 범람으로 주변 도로 20여㎞가 물에 잠기고 20여개 공장 대부분이 일부 또는 완전 침수됐다. 이 과정에서 공단 오·폐수를 처리하는 성서공단환경사업소가 물에 잠겨 오·폐수 정화시설인 모래여과기와 용수공급동 등 폐수 탈수·농축조 등이 침수돼 일부 기기는 당분간 사용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앞서 12일 오후9시50분께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도 행정타운내 전신주와 가로수가 강풍으로 뽑혀나가면서 정전돼 경북도 소방본부의 119 신고자 위치 추적 및 전산시스템이 13일 오전5시까지 마비됐다. 경북도와 경북경찰청 재난상황실도 팩스와 인터넷이 불통돼 촛불을 켜고 전화로 23개 시·군의 피해 상황을 집계하는 원시적인 재난시스템만 가동됐다.

매미는 지난해 태풍 루사로 큰 수해를 입었던 김천지역도 강타했다. 김천시에서는 주택 35채가 침수 또는 파손되고 이재민 170여명이 발생했다. 조마면 송정저수지가 붕괴돼 주차중이던 차량이 유실되고 도로, 가교 등 10여곳이 파손되거나 토사로 뒤덮여 교통이 통제됐다.

천년 고도 경주도 사적지 20여곳의 수목 1,000여 그루가 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지는 등 큰 피해를 보았다. 천마총이 있는 고분공원 대릉원내 잣나무와 해송 등 수목 110여 그루가 도괴됐고 사적 219호인 삼릉내 소나무 100여 그루도 가지가 부러졌다. 첨성대가 있는 계림과 안압지, 태종무열왕릉의 수목들도 수십그루씩 무더기로 땅에서 뽑혀 뒹굴었다. 경주시 관계자는 "좀 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주요 사적지 외에도 상당수 문화재가 태풍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안동댐은 댐 유역의 집중호우로 유입량이 크게 늘어나 저수율이 80%를 웃돌자 12일 밤부터 방류량을 초당 160톤에서 360톤으로 늘렸고 임하댐도 방류량을 450톤에서 1,000톤으로 늘렸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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