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남부지방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또 전력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고리와 월성 등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돼 전력수급 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중앙재해대책본부 집계결과, 고압선 단선 등으로 인한 정전가구수는 총 147만 가구. 경남52만 가구, 부산 33만, 대구 20만 가구 등 주로 영남 지역에 집중됐고 제주, 전남, 충북 등도 각각 14만, 16만, 12만 가구에서 피해가 발생했다.12일 밤 부산은 순간 초속 42.7m의 강풍에 가로수와 전신주가 뿌리째 뽑히고 대형 간판들이 날아가면서 전깃줄을 끊어버렸다. 또 변압기가 떨어지거나 폭발해 순간 정전 20만 가구를 포함해 53만 가구의 전기 공급이 중단돼 도시 절반이 암흑천지로 변했다.
경북도재난상황실에서는 12일 밤 전기가 끊기며 통화불통사태가 벌어져 각 시·군에서 올라오는 피해상황 보고를 받지 못했고 일선 시·군 상황실에서도 컴퓨터나 팩스 등을 통한 피해 보고가 이뤄지지 못했다. 경북도소방본부의 전산시스템과 위치추적시스템도 다운돼 구조·구급대 파견에 차질을 빚었다.
한전은 비상인력을 긴급 투입해 제주, 대구, 충북 지역은 13일 오전 중에, 부산과 전남 지역은 13일 오후까지 대부분 복구를 완료했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던 경남지역의 경우 강풍에 고압선 송전철탑마저 무너진 곳이 많아 일단 가복구에 나선 뒤 16일까지 완전복구할 계획이다.
태풍은 원전에도 영향을 미쳐 국내 원전 6기가 발전정지 또는 출력을 낮추고 있다. 12일 오후 10시께 고리원전 3,4호기가 송전선로 이상으로 원자로와 터빈 발전을 정지한데 이어 고리 1,2호기도 같은 원인으로 13일 0시께부터 발전정지했다. 월성원전 2호기도 12일 오후11시께 태풍의 영향으로 주변압기에 이상이 발생해 정지됐고 1호기는 악천후 등 불안정한 자연조건을 이유로 원자로 출력을 92.5%까지 낮춰 운전 중에 있다.
이밖에 울진원전 4호기가 지난달 31일부터, 월성원전 3호기는 지난달 26일부터 각각 계획예방정비에 착수해 가동이 멈춘 상태에 있어 국내 전체 발전에너지원의 41.7%를 차지하는 원전 18기중 8기의 정상가동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는 "일부 원전가동이 중단된 상태지만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태풍 매미의 강풍과 폭우가 전국의 2,969개의 통신기지국에 피해를 입혀 시내전화와 이동전화의 통신망이 마비되기도 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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