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호 태풍 매미는 풍속이나 중심기압, 강도 등에서 역대 최강급 태풍의 위력을 과시하면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13일 기상청에 따르면 매미는 12일 오후 4시10분께 제주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 수월봉에서 초속 60m의 순간풍속을 나타내 1904년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가장 빠른 순간풍속을 기록했다. 2000년 8월 태풍 프라피룬 때 전남 흑산도에서 관측된 초속 58.3m가 종전의 최고기록이었다. 중심 최대풍속은 지난해 태풍 루사 때의 초속 56.7m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59년 태풍 사라 때의 46.9m보다 3.1m 빠른 초속 50m를 기록했다.
태풍의 위력을 측정하는 또 하나의 기준인 태풍의 중심기압(낮을수록 태풍이 강함)도 역대 최저치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매미가 제주지방을 통과할 때 중심 기압이 940헥토파스칼(hpa)로 종전 기록인 사라의 952hpa 및 지난해 루사가 남겼던 역대 2위 기록인 970hpa을 모두 제쳤다. 특히 매미는 내륙에 상륙한 뒤에도 950hpa대의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한반도를 관통해 큰 피해를 남겼다. 또 태풍의 영향으로 남해에 452.5㎜ 등 남부와 영동지방에 400㎜ 내외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일부 지방에서는 시간당 50∼80㎜의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매미가 역대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했던 것으로 꼽히는 사라와 모든 면에서 비슷한 규모와 강도를 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크기(초속 15m의 풍속이 미치는 반경)는 300∼500㎞의 중형급이지만 여러 면에서 사라 이후 최대 태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미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도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태풍이 빠져나간 뒤 각 지역에서 태풍 피해보고가 들어오면 피해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태풍이 지나갔지만 올 여름 잦은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여서 추가적인 산사태나 각종 건물 및 축대의 붕괴도 우려된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