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는 프로그램 시험대? 지상파 TV들이 10월 가을 개편을 앞두고 추석 연휴 기간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 정규 편성 여부를 결정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대거 선보였다.설 연휴는 봄 개편, 추석은 가을 개편에 대비해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것이 방송가의 관례. 특히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길어 예년보다 파일럿 프로가 많았다. 그러나 일부 프로는 지나친 선정성 등으로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추석 특집으로는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MBC는 '질풍노도생쇼 17:1'(8일 밤 11시), '서경석 유재석의 별들의 전쟁'(11일 오후 7시20분), 퓨전 코미디 '엄마4총사'(13일 오후7시) 등 7개의 파일럿 프로를 마련, 지난 봄 개편 때 거의 손대지 않았던 오락 프로그램의 대폭 개편을 예고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프로는 세븐 팀 MC몽 하하 강두 등 젊은 남성 스타 5명이 공동 진행한 '17:1'. 강호동의 재계약 불발로 폐지되는 '강호동의 천생연분'(토 오후 6시5분)의 후속으로 편성될 것이 유력한 데다,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이효리가 게스트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효리를 차지하기 위한 MC들의 대결 코너에서 '입술 꼬집고 비틀기' '엉덩이 냄새 맡기' '겨드랑이에 입김 불어넣기' 등 엽기적 게임으로 일관해 방송 직후 인터넷 게시판에 "성 추행에 가까운 내용에 경악했다"는 등의 비난이 잇따랐다. 장태연 예능국장은 "욕심이 앞서서 완성도가 떨어졌지만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데 의의를 둔다"면서 "시청자들의 지적을 수용해 형식 등을 대폭 손질해 내놓겠다"고 말했다.
영재들의 두뇌 대결로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별들의 전쟁'도 혹평을 면치 못했다. 창의력보다는 단순지식을 테스트하는 문제가 많았고 진행도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는가 하면, 한 고교생 영재는 '메뚜기(유재석의 별명) 머리가 별 수 있나요' 등 막말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반인들이 유명인의 모사·모창 대결을 펼친 '도전! 인간복사기'(13일 오후 6시), 스타들의 은사나 첫 사랑을 퀴즈 형식으로 찾는 'Who?'(10일 오후6시20분)도 타 방송사에서 이미 방송된 프로의 구성을 약간 변형한 정도여서 눈길을 끌지 못했다는 게 중평이다.
SBS는 건강 등 '웰빙'(Well―Being)을 주제로 한 '세계대탐험 프로젝트X'(12일 오후1시40분)와 '약이 되는 TV'(13일 오전 9시50분), 퀴즈 프로그램인 '기상천외 수수께끼'(10일 오후1시10분)와 '서바이벌 퀴즈 창과 방패'(13일 오후4시30분) 등 4개 파일럿 프로를 방송했다. 그 동안 취약했던 가족 시청 시간대 개편을 겨냥해 교양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약이 되는 TV'는 전문의들이 시청자들이 소개한 민간요법의 효과를 분석하고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본다는 발상은 신선하지만, 자칫 민간요법에 대한 맹신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철호 편성팀장은 "시청자 20여명으로 구성된 편성기획 패널들의 설문조사와 인터넷 반응 분석 등을 거쳐 가을 개편 때 정규 편성할 프로그램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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