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이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은데…. 아들이 한 줌 흙이 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건강식품판매업체 (주)그래미의 남종현(南鍾鉉·60·사진) 회장이 최근 현금 50만 달러(약 6억원)를 출연해 '에디 남 발명재단'을 설립했다. '위대한 발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 유학했다가 5개월 만에 사고로 사망한 아들의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한 것이다. 그는 "해마다 회사 이익 일정 부분을 재단에 출연해 각국의 발명 꿈나무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 회장이 뒤늦게 얻은 외아들 윤석(14)군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베버리힐스의 한 한국인 주택에 딸린 수영장 바닥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됐다. 남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혼수상태로 있다가 다음날 숨을 거두었다.
남군은 한국의 어린이 발명가 대회에서 발명왕에 선발될 정도로 재능이 있었다. 발명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 지난 4월 도미, 로데오중학교에 다니다가 변을 당했다. 남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등하교 가방 무게를 줄이는 방법을 고안, 버튼을 누르면 공기가 주입돼 공중으로 약간 뜨면서 가벼워지고 납치 등 비상시에는 "도와 주세요, 도와 주세요"하는 구조 요청 음성이 나오는 가방을 발명해 발명왕에 선정됐다.
아버지 남 회장 자신도 99년 미국 피츠버그 국제 발명전에 음주 전후 숙취해소 음료 '여명808'을 출품, 식품부문 발명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남 회장은 이번 발명재단 설립에 앞서서도 해마다 일본 러시아 폴란드 등 4개국에서 벌어지는 발명대회의 어린이 입상자들에게 각각 2,000 달러씩의 상금을 매년 지원해오는 등 어린이 발명가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남 회장은 "윤석이가 한국에서 학생회장을 도맡아 했고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좋았다"면서 "2세 때 구구단을 외우고 철이 들 때부터 발명가의 꿈을 키워 영어 이름도 에디슨의 이름을 따 스스로 에디 남으로 지었다"고 회상했다.
남군은 추석에 앞두고 지난달 한국에 있는 부모와 할머니 앞으로 애절한 사랑과 감사의 편지를 썼는데,이것이 결국 '유서'가 되고 말았다. 남군의 시신은 현지에서 화장을 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경찰은 남군의 정확한 사인을 수사중이다.
/LA미주본사=권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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