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2일 이란에 대해 10월 31일까지 핵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라는 최후통첩성 결의안을 채택했다.결의안 채택 직후 IAEA 주재 이란 대사는 "결의안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반대한다"며 항의 표시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로써 이라크전 이전부터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해 온 미국과 이란의 대결이 결정적인 국면을 맞게 됐다.
다음은 안보리 회부?
IAEA 35개 이사국은 미국이 발의한 결의안을 이례적으로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는 시한을 설정함과 동시에 우라늄 농축시설 건설을 중단하고 핵 시설에 대해 IAEA 사찰단이 추가로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란이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지는 명문화하지 않았다.
CNN과 BBC 방송은 이란이 불응하거나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11월로 예정된 IAEA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 각종 제재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란이 시한을 지키지 않는다면 비밀 핵무기 개발 계획이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했다.
이란 강력 반발
오스트리아 빈의 IAEA 주재 이란 대사는 "결의는 건설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에 사망선고를 내렸다"며 어떠한 시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중동 전체를 재편하기 위해 (이라크에 이어) 또 다른 국가에 대한 침략 계획을 즐기고 있다"고 비난하고 "IAEA와의 협력관계를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크바르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도 "이란은 일치단결해 결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BBC는 "이번 결의에 대한 타협은 어렵다"며 "이란은 완전 수용과 전면 반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어려운 고비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국내적으로 보수강경파에 밀리고 있는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입지를 고려할 때 이란이 이 결의를 받아들여 이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근거 있는 의혹?
미국이 결의안을 낸 것은 중동 질서에 심각한 변수가 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은 이대로 둘 경우 이란이 2006년까지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나탄즈에 건설 중인 우라늄 농축시설이다.
나탄즈에서는 지난달 발전용 농축 우라늄 농도를 초과하는 농축 우라늄 흔적이 발견됐다. 발전용 농축 우라늄은 일반적으로 자체 생산보다 수입이 경제적이라는 점에서 핵무기 원료용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세계 6위의 석유 매장국으로서 전력을 원전에 의존할 필요성이 적은데다 IAEA 사찰단의 농축시설 사찰을 거부한 것도 의혹을 부풀리는 요인이다.
러시아도 이란 남서부 부셰르에 8억 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을 수주해 이권이 상당하지만 비밀 핵개발 의혹은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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