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예사롭지 않다. 2003년 7월 현재 중소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1999년 1월 이후 최저치인 66.7%를 기록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998년 6.0%에서 2002년 4.9%로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의 2003년 7월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최고경영자(CEO)의 86.0%가 현 상황을 위기국면으로 인식하고 있다.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는 인력난이다. 중소기업의 근무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근로자들이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 대기업과 비교하여 근로시간은 큰 차이가 없으나 임금과 법정외 복리비는 3분의 2 수준, 이직률과 산업재해율은 2배 이상이다. 중소기업들이 기술력이 약해 수익창출과 사업구조 고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전경련 조사에 의하면 일본 중소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의 기술경쟁력은 8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의 지역별 격차가 심화하는 것도 우려할 사항이다. 2003년 상반기 법인 신설의 경우 수원, 인천이 각각 전년동기 대비 47.4%, 27.2% 증가한 반면, 부산, 대전은 17.6%, 26.1% 감소하였다.
다른 나라의 중소기업 정책은 어떠한가. 미국은 중소기업을 국가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활력 있는 다수"(The vital majority)로 인식하고, 시장 매커니즘에 입각한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미 전역에 산재한 지역별 중소기업육성센터들은 원스톱 창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대학 내 관련기구가 설치되어 교수들이 스탭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본은 고도성장기였던 1960년대 이케다 수상의 '소득배증계획'을 통해 중소기업 육성이 강조되었고, 이것이 중소기업의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기업들이 중소업체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경쟁과 협력을 병행해 왔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도요타의 주력 부품업체인 닛폰덴소(日本電裝)가 도요타의 제품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각종 제안 및 상호교류 활동을 하는 것은 일본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관계의 대표적 사례이다.
독일은 기업활동에 유리한 경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독일 중소기업을 두고 'German Mittelstand'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작기만 한' 기업이 아닌 '대기업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경제의 허리'라는 철학을 잘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그 밖에, '마이스터'로 상징되는 장인정신의 전통 역시 독일 중소기업들이 높은 기술력을 유지해 온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이테크 분야 소기업의 설립과 경영활성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1993년, 취약한 민간자본으로 고전하던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1억 달러 규모로 만든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의 중소기업을 부흥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자산은 이스라엘의 R&D센터"라고 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소기업은 경제의 뿌리이다. 중소기업이 강하지 않으면 국민소득 2만 달러 및 선진국 진입은 요원하다. 중소 제조업 공동화, 노사분규 빈발, 주5일 근무제 도입 등으로 의욕을 잃고 있는 중소기업의 사기 진작에 나서야 할 때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중소기업 정책의 방향이 조율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갑 수 삼성경제 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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