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 정부에 치안 유지용 전투 병력을 이라크에 보내 주도록 요청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9일 밝혔다.정부는 이날 오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윤영관(尹永寬) 외교ㆍ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어 미국의 제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회의에서 “국익과 여론, 이라크 전장 상황, 한반도 안보 공백 문제 등을 고려해 파병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큰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여 파병을 긍정 검토중임을 밝혔다.
그러나 전투병 파병은 인명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를 결정할 경우 비전투병 파병 때보다 더 심각한 정치ㆍ사회적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또 국회 동의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3~4일 서울에서 열렸던 제4차 한미 미래동맹 정책구상 회의를 위해 방한한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우리 정부 당국자에게 협력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뿐 아니라 동맹국 모두에게 추가 파병을 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미국은 치안유지 병력을 요청했으나 전투병 종류나 병력 수를 구체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측의 요청 사실을 확인하고 “국제 정세 동향을 살피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각적이고 신중한 검토를 거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나라가 여단급 이상의 수 천명 병력을 보내주길 바라는 것 같다”며 “정부는 국민 여론을 감안하되 국익을 우선해 이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현재 자국 주도의 다국적군 형태로 돼 있는 이라크 주둔 해외 병력을 유엔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 차원에서 동맹국에 추가 파병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이라크에는 의료병인 제마부대 100여명과 공병인 서희부대 570여명 등 우리 군 비전투병 67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이라크에 전투병을 보낸 나라는 미국과 영국 폴란드 3개국이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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