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송편' 드시고, 넉넉한 한가위 보내세요."추석을 하루 앞둔 10일,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 탓에 따뜻한 온정의 손길마저 미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서울 영등포역 뒷골몰 쪽방촌에 '사랑의 송편'이 찾아간다.
인터넷으로만 자원봉사 신청을 받는 인터넷 봉사단체인 '행동하는 양심'(행심) 회원들이 직접 빚은 송편 6,000여개를 들고 500여가구가 밀집한 쪽방촌을 방문하는 것이다.
행심 회원들은 극심한 불황 탓에 일거리마저 크게 줄어 생계가 막막한 도시빈민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는데 공감, '특별긴급봉사단'을 꾸리기로 하고 지난달 13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www.actionslove.or.kr)를 통해 40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9일 저녁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공동작업장'에 모여 전날 구입한 깨와 콩, 찹쌀 등으로 정성껏 송편을 빚었다. 송편 만들기에 참가한 이모(27)씨는 "외로운 분들을 위해 추석 때나마 '송편'을 대접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앞으로도 여유가 된다면 이 분들에게 찾아가 작은 도움이나마 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10일 오전 영등포역 광장에서 이 일대 노숙자 200명에게도 송편을 나눠줄 계획. 영등포역에서 만난 한 노숙자는 "명절이라 외로움이 더 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준다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하지만 그 누구보다, 그 어떤 선물보다 한가위에는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일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2001년 4월27일 결성된 행심의 특징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원봉사자 접수를 받는다는 것. 신청이 간편해 20∼30대의 네티즌 뿐만 아니라 중·고교생에게도 인기가 높아 회원이 2만9,000명을 넘어섰다. 봉사영역도 다양해 장애우·보육원·양로원·홈리스·미스맘·어린가장팀 등이 활동중이다. 송편 만들기 등에 필요한 비용도 계좌번호 및 송편 나르기 책임자의 인적사항 등을 인터넷 상에 공개해 5,000원에서 1만원까지 회비를 거둬 충당했다. 행심을 결성한 문관식(33·전도사)씨는 "별도의 사무실 없이 인터넷으로만 운영돼 오히려 호응을 얻고 있다"며 "추석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소외 계층을 돕는 자원봉사가 활성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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