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톳길에 선연한/ 핏자욱 핏자욱 따라/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었고/ 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 곳'김지하씨가 시 '황톳길'로 시인으로 출발한 것은 월간 '詩人(시인)'을 통해서였다.1969년 시인 조태일(1941∼1999·사진)이 창간한 시 전문 잡지 '시인'은 그러나 1년 여 만에 당국의 압력으로 폐간됐다. '시인'은 83년 무크지로 복간됐으나 4년 만에 문을 닫았다.
'시인'이 재복간됐다. 창간인 조태일의 4주기를 맞아서다. '시인'으로 등단한 시인 이도윤씨가 발간인으로, 김지하 김준태씨가 고문으로 참가했다. 김지하씨는 발간사에서 "얼른 보아 아주 작은 한 사건이지만 그 내용은 크고 큰 변화"라며 "한국시의 과제도 '시인'의 복간과 함께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복간호에는 이동순 시인이 선정한 '조태일 시선 35편', 이성부 박석무씨 등 지인들이 기억하는 조태일의 삶과 문학 등 창간인 조태일을 추모하는 특집으로 꾸며졌다. 고은 김규동 이시영 시인 등이 육필로 보내온 시 22편도 함께 실렸다.
조태일 시문학관도 문을 열었다. 시인이 나고 자란 전남 곡성군 죽곡면 태안사에 170여 평 규모로 지어졌다.
창작실과 시집 전시실 등을 갖춘 기념관에는 시인의 유품과 문학자료, 해방 이전 희귀본 시집 등이 전시됐다. '시인'의 발간인 이도윤씨는 "시전문 잡지 '시인'의 복간은 조태일의 정신을 부활시키는 작업이며, 기념관 건립은 시인의 육체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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