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발언 등 연일 정치권을 공격하고 있는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해 9일 청와대와 민주당 등 여권에서조차 역풍이 불었다.민주당은 이례적으로 공식 논평을 통해 김 장관에게 '경고음'을 보냈고 청와대 일각에서도 "김 장관이 너무 나간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무위원 신분으로 적절치 못한 실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불혹을 넘긴 국무위원이 감정 조절도 못한다면 국민이 곱게 보겠느냐"고 김 장관의 행태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이 논평은 당내 중도·잔류파가 주도했다. 한화갑 전 대표 계열인 장전형 부대변인은 이날 대변인단 내부 논의 없이 먼저 구두논평을 낸 뒤 이평수 수석부대변인의 사후 승인을 받았다.
문석호 대변인이 사표를 낸 상태여서 이 수석부대변인이 대변인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 신당파인 이 수석부대변인은 "김 장관이 여야를 모두 쓰레기에 비유하는 등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해 장 부대변인의 논평을 추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당파 성향의 한 부대변인은 "장 부대변인이 독단적으로 낸 논평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잔류파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김 장관을 성토, 논평을 뒷받침했다. 유용태 의원은 "정치인을 이런 식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를 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비뚤어진 사람이 정치를 타락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윤수 의원도 "왜 자극적인 말로 정국을 꼬이게 하느냐"고 혀를 찼다. 강운태 의원은 "너무 부적절하고 어이없는 얘기여서 웃음만 나온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신당파의 이재정 의원은 "개혁과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김 장관을 두둔했다. 정동영 의원도 "용어가 부적절했다"면서도 내용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이 내년 총선에 뜻을 두고 있음을 공공연히 내비침으로써 해임건의안의 부당성을 알리는 일 조차 총선용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회도 부당한 일을 저질렀으므로 비판 받아야 한다'는 부분을 쟁점화하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도 맞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다른 관계자는 "여론이라는 것은 변화무쌍해서 지금은 해임건의안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지만 김 장관이 '오버'하면 새로운 비판 여론이 부당성을 덮어 버릴 수 있다"며 여론을 의식했다. 윤태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장관의 '쓰레기' 발언에 대해 "(정치인에 대한) 재활용, 분리수거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진의가 다소 와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장관을 감쌌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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