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민들이 8일 김종규 부안군수를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주민 여론을 의식, 소극적 자세를 보이던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원전시설 건설 강행, 폭력시위 엄중 대처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반면 부안 군민들의 시위는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해 사태는 악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김 군수 폭행 사건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주민들은 김 군수가 원전시설 유치를 선언한 7월11일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반대 시위를 했다.
반면 정부와 전북도는 2조원 이상을 들여 부안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게 고작이었다. 행자부는 주무 부처인 산자부를 제치고 군민대책위와 대화를 시도하다 실패했고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산자부의 눈치만 살필 뿐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다. 지역 발전을 꾀한다는 특별법도 주민의 극렬한 반대에 직면한 지금에야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어설픈 행보를 보이는 사이 반대세력은 급속히 세를 불렸고 이제는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시위에 참가할 정도가 됐다. 대책위는 김 군수 체포조를 결성하고 주민소환운동을 벌이는 등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주민들은 자녀 등교를 거부, 초등학생의 80% 이상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시위는 갈수록 과격, 폭력 양상을 보이고 있다. 7월23일에는 시위대가 트럭을 몰고 군청으로 돌진, 경찰 등 40여명이 다쳤으며 폐타이어와 LP가스통에 불을 질러 부안읍내가 연기에 뒤덮이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주민들은 어선 300여척으로 해상시위를 벌이고 서해안고속도로를 점거, 상·하행선을 4시간 동안 불통시켰다. 주민 3,000여명은 8월23일 전주 도심에 진출, 전경버스와 폐타이어를 태우고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일부는 군청에 불을 지르고 교육청과 면사무소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 통제불능 상황이 빚어졌다. 주민들은 급기야 2일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런 와중에 김종규 군수 폭행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즉시 전담반을 편성, 김 군수를 폭행한 주동자를 색출해 엄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례적으로 강경 대처 방침을 천명했다. 정부로서도 이번에 안되면 원전시설 건설이 영원히 불가능하고 에너지 정책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하는 상황에 몰리기 때문에 건설을 강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폭행 사건을 계기로 원전시설 반대파 주민의 입지가 크게 위축돼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전시설 반대 시위를 주도한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 대책위원회'도 이번 사태로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대책위는 국민들 사이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대파 비난 여론이 일지 않을 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향후 투쟁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대책위가 원전시설 유치를 쉽사리 받아들이지는 않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폭력 사건 발생 후 대책위 관계자가 "정부가 민심을 읽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면 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안=최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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