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2년 전의 아픔과 고통을 일상에 묻어둔 채 조용하게 추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계획된 행사들은 지난해 만큼 웅장하지도 장엄하지도 않다. 희생자에 대한 기억과 애국 단결이 강조됐던 지난해의 추모 분위기에 ‘반성’의 색채가 가미되고 있는 것이 특색을 이룬다.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간소하면서 힘이 있고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을 되새길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래야 우리는 기억하고 반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 자리가 있었던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주변에서 열릴 추도식에서는 희생자의 이름이 차례로 호명될 예정이다.
희생자들의 울부짖음과 소방관들의 희생정신을 간직한 그라운드 제로는 이제 말끔히 치워져 새 건물이 들어서기를 기다리고 있다. 새 빌딩으로는 1,776 피트(541㎙)의 첨탑과 기하학적 구조의 유리건물 5동으로 구성된 건축가 대니얼 리베스킨드의 설계안이 채택됐다. 미국인들은 이르면 2006년 9월11일 미국 독립의 해인 1776년을 상징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보게 될지 모른다.
지난해 그라운드 제로 현장을 찾아 “이날을 결코 잊지 말자”고 호소했던 부시 대통령은 올해는 9ㆍ11 테러 당시 첫 피랍 여객기가 WTO 빌딩으로 돌진했던 시각인 오전 8시46분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묵념하는 것으로 대신할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9월11일을 ‘애국의 날’로 명명하면서 미국인들은 이날 촛불기도를 하고 조기를 게양할 것을 촉구했다.
세월은 생존자들과 유족들의 고통까지를 씻어가지는 못했다. 뉴욕 타임스는 7일 그라운드 제로의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을 유족들과 생존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아픈 기억이 살아날까 두려워 가족끼리 조용한 하루를 보내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가족의 유골조차 발견하지 못한 유족들의 가슴은 더욱 미여질 듯하다. 2, 792명의 실종자 중 46%인 1,271명의 유골은 끝내 찾을 수 없을 수 없었다. 또 현장에서 수거된 신체 일부 중 DNA 검사로도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1만 2,000개는 진공 포장돼 과학이 더 발달할 미래의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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