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역만 약 400회쯤 맡았을걸요"1년 6개월 만에 뮤지컬 '명성황후'로 다시 무대에 서는 이태원(36·사진)씨는 "7년째 장기집권 중"이라며 웃음부터 짓는다. 자신감 넘치는 말투, 당당한 모습이 영락없는 명성황후를 닮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극 속의 인물과 동일화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재미동포인 이씨가 가장 고생했던 부분은 띄어 읽기와 옛날 말투였다. '구중궁궐 깊은 곳 고적한 곳에'는 띄어 읽으면서 이해했지만 대원군의 '난을 치고 술도 한 잔 치자꾸나'라는 말은 처음에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대사를 외우면서 덕분에 공부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조선 후기 역사에 관한 책을 10권 넘게 읽었어요. 원세개(袁世凱)가 누군지,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가 무슨 일을 했는지 임오군란이 뭔지 알아야 하잖아요. 해외동포들에게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에요."
이씨가 생각하는 명성황후는 좀 여성적이다. "명성황후는 강하고 독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보면 부드럽고 여린 면이 많은 것 같아요. 남편의 사랑을 원하고 자식을 끔찍이 사랑한 여자죠. 한미(寒微)한 집안 출신으로 홀로 자신을 지키려다 보니 강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번 작품은 최근 미국 LA공연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임오군란 장면이 줄어들고, 대원군 재집권 등이 새로 추가됐다. 그는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왕과 나' 출연 중에 이 작품에 합류한 후 단골 주역이 됐고, 2001년부터 한국에 정착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되며 지난 주말까지 1만7,000장의 티켓이 예약됐다. (02)417―6272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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