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이 선보이지만 방송사가 자존심을 걸고 경쟁하는 것은 단연 특집극이다. 올 한가위에도 지상파 TV 3사는 다채로운 특집극을 마련해 선보인다. 예전처럼 톱스타는 눈에 띄지 않지만 방송사마다 중견 연기자를 골고루 배치해 푸짐한 상을 차린 것이 특징이며 일부 특집극은 실험적 형식이 이채롭다. 물론 주제는 가족애로 모아진다.KBS는 비장의 카드인 김수현 작가를 내세운다. KBS2에서 12일 밤 9시40분부터 3부에 걸쳐 방송되는 김수현 극본의 ' 혼수'는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되새기는 홈드라마.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혼수 때문에 벌어지는 남녀 집안의 갈등이 중요한 줄거리다. 영화 '울랄라 시스터즈'에 출연했던 김현수와 김수현의 최근작 '내 사랑 누굴까'에서 막내 역을 소화했던 김정현이 주연을 맡는다. 김수현 작가 특유의 톡톡 튀는 대사와 극적 긴장감이 특집극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보름달 산타'(KBS2 14일 오전 10시40분 방송)는 정신지체 장애인 동생과 스스로를 엘리트로 여기며 살아 온 비장애인 형의 이야기를 다룬다. 형과 동생의 위치만 바꾼다면 영화 '레인맨'과 흡사한 구도다. 장애인 동생 역은 홍경인, 장애인 동생을 인생의 걸림돌처럼 여기는 형은 김규철이 맡는다. 주식투자 실패로 낙향한 형이 동생의 결혼을 앞두고 재산 문제로 가족들과 벌이는 신경전을 코믹하게 다루지만 마지막에는 진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MBC 추석 특집극은 패러디로 무장한다. 10∼12일 오후 5시20분 방송하는 추석특집 '패러디극장'은 올해 화제가 된 영화와 드라마를 비틀고 뒤집는다. 1편 '추석의 추억'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살인의 추억'을 패러디하면서 '동갑내기 과외하기' '장화홍련' '여우계단'의 명장면도 곳곳에 집어 넣는다. 시골 형사 송광호, 서울 형사 김상경 역에 개그맨 김경식, 정준하가 각각 캐스팅돼 연쇄 묘지훼손 사건을 파헤치며 웃음보를 간질인다. 2편 '왕자와 거지'는 박수홍, 윤정수 콤비가 '내 인생의 콩깍지' '현정아 사랑해'의 명장면을 패러디하고, 3편 '옥탑방 구렁이'는 그룹 쿨의 김성수, 베이비복스의 윤은혜가 '옥탑방 고양이'의 김래원·정다빈을 대신해 혼전동거를 둘러싼 신세대의 유쾌한 사랑법을 보여준다.
'엄마 4총사'(13일 오후 7시 방송)는 드라마, 쇼, CF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새로운 형식의 퓨전 코믹 드라마. 자기 아이를 선생님에게 사랑 받는 아이로 만들기 위한 열성 엄마들의 전쟁이 펼쳐진다. 개그우먼 이경실, 김효진, 아나운서 최은경, 이지희가 엄마 4총사로 나온다. '스쿨버스'(11일 오전 9시45분)는 폐교 위기에 놓인 시골마을 분교를 구하기 위한 아이들과 주민들의 엉뚱하면서도 배꼽 잡는 에피소드를 담는다. 탤런트 김현주가 고작 여섯 명 뿐인 학생들을 사랑으로 감싸는 선생님으로 나온다.
SBS는 '앙숙'(10일 오전 10시 방송)과 '팥쥐엄마'(12일 오전 9시30분)를 방송한다. 두 편 모두 주변 사람의 오해로 마음 속 상처를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속 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서민 드라마다.
'앙숙'은 첫사랑을 둘러싼 오해로 20년 간 사사건건 싸우는 두 친구가 등장한다. '야인시대'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이정재 역을 선보인 김영호, 각종 영화에서 감초연기를 선보이는 성지루가 각각 형사와 택시운전사로 변신해 인간미 넘치는 연기를 펼친다. '팥쥐엄마'는 개그우먼 박미선과 탤런트 김청이 출연해 진정한 모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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